인삼 반토막, 사과·한우 20%↓…판로 꽉 막힌 농산품(종합)
불황·청탁금지법에 설 명절 판매 급감…인삼 가장 큰 타격
사과 재고량 30% 달해, 판로도 막막…"선물 한도 완화해달라"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불황이 지속하는 데다 청탁금지법 시행까지 겹치면서 한우를 비롯한 축산물과 인삼, 과일 소비가 급감했다.
연중 최대 대목이라는 설 명절에도 매출이 뚝 떨어지고 재고가 쌓여 농가마다 아우성이다.
연이은 구제역 파동으로 소고기 수요가 더욱 줄고, 비수기로 접어든 인삼과 과일은 판로까지 막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탄식이 나온다.
충북도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물 소비 실태 파악을 위해 한우를 생산하는 청풍명월 클러스터, 사과 등 과일만 취급하는 충북 원협, 충북 인삼농협을 대상으로 올해 설 판매 실적을 조사한 결과에도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년 설에 106억9천100만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던 사과는 올해는 88억6천100만원으로 17.1%가 감소했다.
판매량 감소로 설 이후 재고량이 1만3천600∼2만4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생산량(6만8천t)의 20∼30%가 창고에 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사과의 재고가 평년과 비교해 배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충북 대표적인 사과 산지인 충주에서 비상이 걸렸다. 충주시가 나서 각 읍·면·동에 공문을 보내 사과 재고 현황 파악에 나섰다.
도는 사과 재고 일부를 충북 원협에서 가공용으로 수매하도록 요청했다. 사과 특판행사, 대기업과 공급협약 추진 등 다양한 판촉 행사도 구상하고 있다.
한우 판매액도 지난해 5억4천800만원에서 4억2천600만원으로 22.3%가 줄었다.
인삼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만401㎏에 달했던 판매량이 올해는 5천124㎏으로 반 토막이 났다. 판매액도 8억9천100만원에서 4억6천200만원으로 52%가 감소했다. 설 직후 112t이 재고로 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우와 인삼은 선물세트 가격이 주로 5만∼30만원의 고가에 형성돼 청탁금지법 시행과 함께 가장 큰 타격을 본 것으로 도는 분석하고 있다. 그나마 홍삼 가공품은 저가 제품 위주로 판매돼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업 및 외식업 파급영향' 보고서도 올해 한우 연간 생산액은 2015년 대비 2천286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과일은 1천74억원, 화훼는 390억~438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청탁금지법 시행의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생산마저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설을 전후해 한우와 사과, 인삼의 판매량, 재고량 등을 조사한 결과, 청탁금지법에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선물 제한 기준을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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