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당분이 치매 일으키는 구체적 원인 규명돼
뇌세포 당화반응이 알츠하이머 대항 면역 효소 손상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피 속 당분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고혈당은 당뇨와 비만 환자의 특징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으나 가장 흔한 치매인 알츠하이머와도 관계가 있다는 건 일반인에게 덜 알려져 있다.
당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뇌세포에 아밀로이드나 타우 등 유해 단백질이 쌓여 굳어지고 결국 알츠하이머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밝혀져 있다.
또 포도당과 그 분해된 산물이 소위 당화반응을 일으켜 세포 속 단백질을 손상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그러나 과도한 당분이 어떻게 해서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크게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영국 바스대학과 킹스칼리지대학 공동연구팀이 이를 규명해냈다.
과도한 혈당이 지속되면 일정 시점에 가서는 초기 알츠하이머에 대항하는 면역반응 관여 효소를 손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당화반응을 탐지하는 기술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환자와 비(非)환자의 뇌조직을 조사했다.
그 결과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속에서 일어난 당화반응이 이른바 '대식세포 이동 저해 인자'(MIF)라는 효소를 손상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통상적으로 MIF는 면역 반응과 인슐린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로 알려져 있는데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뇌 속 이상 단백질 형성에 대항하는 뇌신경교질세포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알츠하이머가 진전됨에 따라 이 효소의 당화반응도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당화반응에 의한 MIF 효소 활동 억제나 저하가 알츠하이머 발병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티핑포인트는 작은 변화들이 일정 기간 쌓이다가 작은 변화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유발할 결과를 초래하는 단계를 말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여러 요소들이 쌓이고 과도한 당분으로 인한 당화반응이 축적, MIF효소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멈추는 시점이 되면 유해단백질이 형성돼 치매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을 알게 된 것은 알츠하이머 진행 과정에 대한 연구의 중요한 지평을 넓히는 것이며 알츠하이머 치료 및 예방법 발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당은 설탕이나 포도당을 바로 섭취해서만이 아니라 당분이 함유된 가공식품, 밥이나 빵 등 탄수화물 함유 식품이 체내에서 분해돼 높아진다.
한편, 혈당이 너무 높아도 알츠하이머 위험이 커지지만 인슐린 저항성으로 뇌 속 당분이 너무 떨어져도 뇌가 부족한 혈당을 보충하기 위해 인산화타우 단백질을 축적시키고 이에 따라 신경세포로 영양소가 전달되지 않아 뇌세포가 괴사해 알츠하이머가 심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현재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는 약 5천만명이며, 2050년까지 1억2천500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사이언티픽 리포츠'[http://www.nature.com/articles/srep42874] 최근판에 실렸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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