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성추행 조사 '하세월'…신고한지 9월 됐는데도 '감감'

입력 2017-02-24 13:53
교수 성추행 조사 '하세월'…신고한지 9월 됐는데도 '감감'

학교 측, 내달 초 징계위 열기로…학생들 "징계 늦어져 불안"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교수 성추행을 신고한 지 1년 가까이 되는데, 학교 측은 아직까지 진상조사만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학생들이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학교에 신고했지만, 학교 측은 9개월이 지나도록 진상조사만 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24일 해당 대학에 따르면 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A교수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학교 측은 조만간 진상조사를 마치고 다음 달 징계위원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 상담센터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9개월가량 진상조사만 한 셈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결정을 기다렸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자 지난해 10월 피해자 10여명이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신속하게 조사를 끝내고,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지난해 말 기소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애초 학교는 학생들에게 3개월만 기다리면 된다고 했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어느새 해가 바뀌고 개강을 앞두고 있다. 새 학기 개강 전 징계를 마무리하겠다는 약속도 못 지킨 것이다.

그 사이 학생들과 해당 교수는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하며 마주치는 시간이 길어졌다.

교수와 학생들이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제재할 방법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오해를 풀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교수와 피하려는 학생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학교가 초기 대응을 잘못해 일이 복잡하게 꼬였다"며 "학생들도 처음엔 학내 처벌만 이뤄지길 바랐는데 상담센터에 신고한 뒤 학교의 적절한 조치가 없어 참다못한 학생들이 스스로 경찰서로 찾아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 A씨는 "학교 측이 계속 기다려달라만 하고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교수님이 캠퍼스에 수시로 나타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탄원서를 받는 모습을 보면 두렵기도 하고 수치심도 든다"고 호소했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을 전수조사하다 보니 진상조사가 생각보다 길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문제 발생 직후 학생들의 얘기를 들은 뒤 8월께 해당 교수의 직위를 해제하고 수업에서 배제하는 등 나름대로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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