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온라인쇼핑 배송 속도전, 택배업체 반기에 급제동 걸리나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택배회사들이 인터넷통신판매(온라인쇼핑) 업체의 택배가격 후려치기와 당일배송 경쟁에 잇따라 반기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소모적인 택배 속도전에 급제동이 걸릴 조짐이라고 아사히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일본 택배시장에서 점유율 50%로 1위 업체인 야마토운수 노조는 이달 중순 시작한 올해 노사교섭에서 "타사에 택배물량을 빼앗겨도 어쩔 수 없다. 택배수탁 가격을 올리고, 안 되면 거절해서라도 노동조건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고 회사 측도 이에 동의했다.
노조의 이런 요구는 인터넷통판 택배 급증에 따른 업무 부담 가중 때문이다. 야마토운수가 취급하는 택배의 40%가 아마존재팬의 물량일 정도로 온라인쇼핑 물량이 많다.
이는 아마존, 라쿠텐, 야후로 대표되는 일본 인터넷통판 시장이 급성장한 결과다. 2015년 시장규모는 7조2천398억엔으로, 6조엔 선이 무너진 백화점의 연간 매출을 웃돌았다. 시장이 커지면서 당일배송과 무료배송 등 서비스경쟁이 격화되자 택배업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택배업체에서 인터넷통판 물량에 거부감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일본 2위 업체 사가와규빈은 2013년 박리다매하지 않겠다며 아마존 물량을 거부한 일이 있다.
사가와규빈은 이듬해인 2014년 3월말 연간결산에서 택배 물량은 전년보다 10%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0% 늘며 오히려 경영성적이 좋아졌다. 많은 물량을 내세운 인터넷통판 업체의 가격 후려치기를 거부하고 합리적 가격의 물량을 취급한 결과, 현장 운전사나 분류 직원의 생산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택배업계 3위 닛폰유빈(日本郵便)도 물량전에서 발을 뺐다. 닛폰유빈은 2010년 일본통운의 '페리칸편'과의 통합 이후 발생한 대규모 배달지연 반성으로 물량 우선에 대해 신중해졌다.
이런 움직임은 업계 1위인 야마토운수 직원들을 힘들게 했다. 사가와규빈 등이 거부한 인터넷통판업체의 싸구려 택배 물량이 야마토운수로 몰렸기 때문이다. 배달물량을 맞추기 위해 새벽에 출근해 분류하고 밤늦게까지 배달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번에 야마토운수 노조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한 것도 자연스럽다.
이같이 택배업체들이 줄줄이 반기를 들면서 인터넷통판업체와 택배회사 사이의 갑을 관계에도 변화가 올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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