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향연' 20돌 맞은 제주들불축제 어제와 오늘
지역 대표 축제 넘어 한국·글로벌 축제로 거듭나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불(火)과 오름(岳), 달(月), 말(馬)을 소재로 오름을 태우며 새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제주들불축제가 올해로 20돌을 맞는다.
제주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문화관광 축제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지금은 사라진 기초자치단체인 북제주군이 지난 1997년 첫 개최한 후 지난해까지 19차례 이어졌다.
앞으로 나흘 뒤면 3월 2일부터 5일까지 애월읍 평화로 주변 새별오름 등 제주시 일원에서 '들불의 희망, 세계로 번지다'란 주제로 제20회 2017 제주들불축제가 펼쳐진다.
◇ 1회부터 19회까지 400만명 찾았다
제주들불축제는 2016∼2017년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축제·제주도 최우수축제·대한민국 축제콘텐츠 축제관광부문 대상을 받는 등 제주의 대표 축제는 물론 우리나라 대표급 축제로 성장했다.
제주의 정체성을 계승하고 전통을 살린 들불축제만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볼거리, 먹을거리 등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지난해 제주들불축제를 찾은 관람객은 모두 35만4천710명으로, 이중 제주도민 74.6%(26만4천614명)·국내 관광객 22.7%(9만96명)·국외 관광객 2.7%(9천577명)를 차지했다.
1997년 제1회 개최 당시 1만3천명이 찾았던 소규모 축제에서 시작해 지난해 35만4천여명이 찾는 대규모 축제로 거듭났으며, 19년간 축제장을 찾은 누적 관람객은 408만3천659명에 달한다.
2014∼2016년 최근 3년간 누적 관람객은 101만7천710명,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905억원으로 집계됐다.
괄목할만하게 성장한 제주들불축제.
축제 초기에는 제주 북부의 동쪽과 서쪽에 있는 마을공동목장 등 일정한 개최지 없이 여러 곳을 옮겨 다녀야 했다.
그러다 1999년 들불축제를 보러 제주를 찾는 관광상품이 등장하는 등 저변을 넓혀가면서 새천년을 맞이하는 2000년부터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고정적으로 축제를 열게 됐다.
새별오름은 '하늘에서 제일 반짝이는 금성처럼 빛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 시가지와 서부권을 연결하는 기간도로인 평화로에 입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게다가 나무가 없는 풀밭으로 된 오름(한라산 화산폭발로 생성된 기생화산)으로, 불을 태워도 별다른 환경파괴가 없는 것으로 조사돼 최적의 들불축제 장소로 평가됐다.
특히 고려 시대 최영 장군이 제주에서 갖은 횡포를 일삼던 몽골의 목호(牧胡)군을 토벌했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했다.
2000년 제4회 제주들불축제가 처음으로 새별오름에서 열릴 당시 새천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2천발의 폭죽을 터트리는 '뉴 밀레니엄 불꽃축제'를 선보였다.
해발 519m 새별오름의 남쪽 경사면 26만㎡ 억새밭에 불을 놓아 들불의 장관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동시에 2천발의 불꽃을 터트려 마치 한라산이 화산 폭발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 '오름정상 화산 분출쇼'는 제주 들불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로 해마다 이어오고 있다.
제주들불축제가 10돌을 맞은 2006년에는 최영 장군이 승전보를 울렸던 새별오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추자도에 있는 최영장군 사당에서 성화 채화를 한 뒤 제주도 일원을 돌며 봉송행사를 하고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불을 점화하는 행사를 열었다.
제주들불축제의 오름 불 놓는 모습은 케이블 TV와 인터넷을 통해 전국으로 실시간 생중계되기도 했다.
2006년 7월 제주의 4개 시·군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고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이듬해부터는 행정시인 제주시가 축제를 이어받아 지금까지 개최하고 있다.
◇ 우여곡절 겪은 제주 대표축제
들불축제가 제주의 대표 축제로 성장하는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2월에 열리는 시기적 특성상 꽃샘추위와 비바람 등 악천후로 인해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 행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해마다 반복됐고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2008년에는 새별오름 일대에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8.5m에 이르는 강풍이 불어 행사를 일주일 연기했는가 하면 이듬해에는 초속 26m의 태풍급 강풍이 불어닥쳐 수십 개의 축제장 천막들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해 일부 프로그램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바이러스의 제주 유입을 미리 차단하는 차원에서 들불축제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이 때문에 1997년 제1회 행사 개최 이후 올해로 21년이 되지만, 행사는 20회째를 맞이하게 됐다.
급기야 제주시는 2013년부터 축제의 명칭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에서 '제주들불축제'로 바꾸고, 시기도 정월대보름이 아닌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속하는 주(週)의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로 변경했다.
이외에도 환경문제와 산불 등 갖가지 문제점과 위험요소를 노출하기도 했다.
제주들불축제 고정 개최지인 새별오름의 불을 놓는 지역(화입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식물종과 식물상의 다양성 차이가 확연하다는 식생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축제가 오름의 식생에 악영향을 준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동안 '말의 고장' 제주에서 종종 벌어졌던 암말을 차지하기 위한 수말들의 싸움을 재현한 '제주마 사랑찾기'가 축제의 볼거리로 자리 잡았으나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이며 프로그램에서 사라져야 했다.
2006년에는 축제가 끝난 뒤 행사장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한데 모아 태우던 과정에서 불씨가 바람에 날려 인근 야초지 3㏊를 태우기도 하는 등 화재의 위험이 도사렸다.
자칫 작은 부주의가 큰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안전을 위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관람객의 편의를 도모하면서도 더이상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세심한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방목문화로부터 시작된 들불축제인 만큼 제주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1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외국인 관람객을 끌어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범 제주시 관광진흥과장은 "전국에서 공모한 다양한 신규 프로그램과 외국인 전용카페, 안내방송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글로벌 축제로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며 "올해는 행사장에서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는 만큼 관광객과 도민의 많은 참여와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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