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힐 뻔한 '2살 아들 살해'… 범인 지인이 경찰 제보했다

입력 2017-02-24 11:04
수정 2017-02-24 15:55
묻힐 뻔한 '2살 아들 살해'… 범인 지인이 경찰 제보했다

은밀 수사하다 인터넷 육아모임에 '학대 글' 올라오자 공개수사 전환

(광양=연합뉴스) 김재선 박철홍 기자 = 두 살배기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비정한 20대 아버지, 2년 3개월이나 지나버린 그의 잔혹한 범행은 자칫 묻힐 수도 있었다.

아들을 죽인 반인륜적인 아버지의 범죄는 어떻게 세상에 드러났을까.



경찰이 이와 관련한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2일께.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아버지 A씨와 여수에서 알고 지내던 제보자가 전남 광양경찰서 한 수사관에게 A씨와 관련해 평소 수상하게 여긴 점을 알렸다.

제보자는 A씨의 아들이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사실에 의심하고 이를 수사관에게 전했다.

해당 수사관은 여수경찰서에 근무했을 때부터 제보자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 온 덕분에 내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광양경찰서는 제보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즉시 강력계에 사건을 맡겼다.

경찰은 어린아이와 관련된 사건인 만큼 이후 철저히 비공개로 수사했다.

2주 정도의 탐문과 A씨 부부 등에 대한 조사로 경찰은 이들의 범행을 확신했다.

증거 확보를 위해 시신을 찾는 것이 시급했던 경찰은 시신을 찾은 이후 관련 사실을 공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여수지역의 한 육아 인터넷 커뮤니티에 '19개월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글은 "지인의 19개월 된 딸이 친모의 사정으로 잠시 맡겨진 집에서 심하게 폭행당하고 옷장 안에 감금당한 채 발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동학대 의혹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로 지목된 부부가 이번 아들 살해 후 유기 사건의 관련자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까지 외부에 드러났다.



경찰은 이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A씨 구속 사실도 언론에 공개했다.

A씨가 잠시 보호하던 지인의 19개월 된 딸을 학대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지난 20일 A씨를 피의자로 긴급체포했고 A씨 아내로부터 구체적인 범행 시기와 시신유기 등에 대한 진술을 받아냈다.

A씨는 애초 "아들이 오래전에 실종됐다"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아내의 진술로 범행이 모두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온 정보원의 제보를 받아 2년 3개월 전 살해 사건을 수사할 수 있었다"며 "육아 모임 제보 글도 이번 수사를 외부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들을 훈육한다며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폭행치사)로 지난 22일 A(26)씨를 구속했다.

A씨는 2014년 11월 27일께 여수시 봉강동 자신의 집에서 아들(당시 2세)을 훈육한다며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아들이 숨지자 시신을 집에 이틀 동안 방치하다가 여수지역 바닷가 산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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