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의원들 反트럼프 시위대에 '혼쭐'…일부 타운홀 미팅 회피
트럼프 "많은 경우 진보활동가들이 기획"…백악관 "직업 시위꾼들도 포함"
'워싱턴 정가' 혼란상 공화당 의원들 지역구로 확산…분열 치닫는 미국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포함해 각종 분열적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인 공화당 의원 지역구에서조차 트럼프 반대 시위가 잇따르면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지역구 타운홀 미팅을 회피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시위를 지역구민들의 순수한 의사 전달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의 기획된 작품이라며 '음모론'까지 제기해 양측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한마디로 트럼프 대통령 찬반 진영이 격하게 대립하며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는 형국이다.
23일(현지시간) CNN, NBC 방송과 의회전문지 더 힐 등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원내대표와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상원 법사위원장, 조니 언스트(아이오와) 상원의원, 마샤 블랙번(테네시) 하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지역구 행사장 또는 타운홀 미팅을 찾았다가 성난 시위대로부터 혼쭐이 났다.
시위대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 건강보험정책인 '오바마케어' 폐지, 백악관과 내각에 극우 인사 발탁,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과 반(反)이민 행정명령 발동, 보수성향의 닐 고서치 콜로라도 주(州) 연방 항소법원 판사 연방대법관 지명 등 트럼프 정부의 인선과 정책을 비판하면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고함을 치고 야유를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배출한 공화당이 책임지고 반미국적 정책들을 중단시키라는 것이 이들 시위대의 공통된 메시지다.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까지 거론하며 '탄핵하라'는 구호도 외치고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지역구인 로런스버그의 앤더슨 카운티 상공회의소 오찬 모임에 참석하는 도중 1천여 명의 시위대에 둘러싸여 거센 항의를 받은 데 이어 22일에도 역시 지역구인 제퍼스타운을 찾았다가 성난 400명의 시위대를 마주해야 했다.
이들은 매코널 원내대표 면전에서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 입국 금지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반대를 의미하는 '노 밴, 노 월!(no bans, no walls!)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라고 압박했다.
그래슬리 법사위원장과 블랙번 의원은 지역구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가 야유와 함께 "당신들의 일을 똑바로 하라"는 뼈아픈 소리를 들었다. 그래슬리 법사위원장의 경우 약 3천 명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에서 한 주민으로부터 "오바마케어가 없어지면 우리는 건강보험을 유지할 수가 없다"는 항의성 질문을 받고 난감해 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구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아예 타운홀 미팅을 회피하는 의원들도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 매체 '더 프레스 엔터프라이즈'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8지역구 연방 하원의원인 폴 쿡을 공개 수배하는 이색 광고가 한 슈퍼마켓 진열대의 우유통에 등장했다.
이 이색 광고에는 '2013년 9월 5일 타운홀 미팅에서 마지막 목격됐음. 지역구민들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타운홀 미팅 개최를 거부함. 트럼프 어젠다를 찬성하는 투표장에는 100% 나타남' 등의 문구가 적혔다.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도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모여 이민정책을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역 방송 '폭스6'가 보도했다.
이런 동시다발적 항의시위는 연방 의회를 압박해 각종 논쟁적 정책들을 멈추기 위한 전국적 운동의 하나로 추진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이를 진보진영의 기획된 작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트위터에서 "일부 공화당원 지역구의 '소위 화난 군중'(so-called angry crowds)은 사실상 많은 경우 진보활동가들이 계획한 것이다. 슬픈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일제히 진보진영을 공격하고 나섰다.
펜스 부통령은 22일 미주리 주 펜튼에서 열린 한 행사장 연설에서 "진보활동가들이 미국 전역에서 애쓰고 있지만, 오바마케어의 악몽은 이제 끝나가고 있다. 오바마케어는 실패했고 사라져야 한다"면서 "정부는 의회와 협력해 더 탄력적인 건강보험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항의 시위에는) 복합적 성격이 있는데 일부는 분명히 화가 나 있지만, 그중에는 약간의 직업적 시위꾼들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콘웨이 선임고문은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예상하지 못한 대선 결과에 화가 나 있다"면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7개월째 위원장이 공석인 상태로 가고 있는데 그게 지금 민주당의 정확한 현실이다. 모든 것을 불평하는데 어떤 해결책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때의 힐러리 클린턴과 똑같다. 그녀의 메시지가 뭐였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불만 세력들이 이번 시위의 배후에 있다는 논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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