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평생 설움 이제 한 풀어요"…만학도 733명 졸업장
서울 초·중 문해교육 졸업식…88세 할머니 최고령 졸업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공부 못배워왔다고 구박했다 / 계산할 줄 모르니까 돈 떼어먹은 사람 취급을 했다 / 너무 서러웠다 / 지금은 내가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한이 없다."
24일 71세의 나이로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학력인정 문해교육기관 '푸른어머니학교' 정화봉 할머니가 졸업식에서 낭독할 자작시 '행복'의 한 구절이다.
평생을 까막눈으로 산 정 할머니는 교실에서 이 시를 쓸 당시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몸이 약했던 정 할머니는 어린시절 학교에서 먼 곳에 살았던 탓에 글을 깨치지 못했다. 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결혼 후 남편과 시가로 부터 괄시를 한몸에 받았다.
작은 가게를 같이 운영하던 시누이는 계산이 맞지 않을 때마다 글을 모르는 할머니를 도둑 취급했고, 남편은 억울한 누명을 쓴 할머니를 외면했다. 정 할머니의 가슴속에는 평생 응어리가 쌓였다.
정 할머니는 2014년 푸른어머니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이후 누구보다 일찍 등교해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지금은 시 뿐 아니라 자서전도 써 조만간 책을 펴낸다.
이날 오후 서초구 교육연수원에서 열리는 '제6회 문해교육 초등·중학과정 학력인정 졸업식'에서는 정 할머니 같은 문해교육을 이수한 만학도 733명이 졸업장을 받는다.
최고령 졸업자는 88세인 심길례(초등 졸업·시흥5동 주민센터) 할머니와 민복순(중학 졸업·한국여성생활연구원) 할머니다. 심 할머니는 학업 성취 우수자에게 주는 교육감 표창도 받는다.
올해는 초등과정 이수자 554명과 중학과정 이수자 179명이 졸업장을 받는다. 졸업자 연령은 70대 42.2%, 60대 37.8% 등 50∼80대가 98.9%다.
교육청은 저학력·비문해(문맹) 성인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1년 전국 시도교육청 중 처음 초등학력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초·중등 학력 인정자 2천353명을 배출했다.
교육청은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 기관을 작년 초등 56개·중학 10개 등 66개(147학급)에서 올해 초등 61개·중학 13개 등 74개(156학급)로 확대한다.
다문화 이주여성이나 외국 국적자 대상 별도의 반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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