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션계가 주목한 정연찬 "지드래곤에 내 옷 입히고 싶어"
"K팝에 영감 받아 디자인의 길로…세상에 없는 옷 만들자는 생각"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런던패션위크는 뉴욕, 밀라노, 파리와 함께 세계 4대 패션위크로 꼽힌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런던패션위크에서 가장 주목받은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 한국의 정연찬이다.
정연찬은 부대행사인 인터내셔널 패션 쇼케이스(IFS)에서 세계 각국의 젊은 디자이너 80명을 꺾고 가장 우수한 디자이너에게 주는 '디자이너 어워드'를 받았다. 그의 작품은 한국적인 특징과 세계적인 감각을 함께 보여준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평가였다.
지난해 서울패션위크로 데뷔한 24세 젊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연찬의 약진은 더 눈부시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행사가 끝나자마자 귀국 비행기에 오른 정연찬을 2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했는데 결과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는 정연찬의 말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이번에 '보자기'를 주제로 만든 베이지색 남성복 한 벌과 패치워크(천 조각들을 꿰매 만드는 공예) 한 점을 내놓았다. 2017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바 있는 이 남성복은 단순한 느낌이 묻어난다. 솜을 넣은 패치워크도 인상적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와 미래지향적인 요소를 녹여내려고 한 부분이 심사위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아요. 한국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담아내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디테일이나 형태감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는 의상과 오브제를 베이지색으로 통일한 데 대해 "다들 미래라고 하면 매트릭스처럼 검정을 떠올리는데, 현대적이면서도 온화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연찬은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K팝을 즐겨 들은 그는 K팝 문화의 독특한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옷, 가수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키웠고, 2012년 삼성디자인학교(SADI)에 진학했다.
수업 과제였던 브랜드 만들기 프로젝트는 2015년 그의 남성복 브랜드 '더 시리우스'가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 시리우스'의 의상들은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베이지색, 감색, 흰색 등 단색을 쓰면서도 소재를 실크나 면 등으로 달리해 변화를 준다.
꿈은 이루어졌다. 샤이니와 위너 등 유명 K팝 가수들이 정연찬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가장 큰 영감을 준 빅뱅 지드래곤에게도 자신이 만든 옷을 입히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정연찬은 옷을 만들 때 예술성 못지않게 실용성을 중시한다. 소재를 고르거나 봉제를 할 때 완성도를 꼼꼼히 살핀다고 했다. 영국패션협회(BFC)의 세러 모어 회장이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사로부터 올해 9월 열리는 밀라노패션위크 참가 경비를 전액 지원받게 됐다. 밀라노패션위크에서는 '더 시리우스' 브랜드로 그가 만든 여성복도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정연찬은 "세상에 없는 옷을 제작하는 게 제 임무이자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무조건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만드는) 베이직한 옷을 만든다면 제 옷을 입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 그래서 저만의 캐릭터를 많이 부여해서 옷을 만들려고 합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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