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분석 전문가가 진단한 대선주자 목소리
문재인 '안정되고 차분, 신뢰', 안희정 '젊음과 즐거움 느끼게'
이재명 '신중·안정감, 역동성도', 안철수 '감성을 싣고자 노력'
황교안 '안정감 전달, 여심 자극'…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 연구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스피치 이론인 '메라비언의 법칙'은 음성의 크기·억양·빠르기 등 목소리 비중이 38%를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으로는 표정(35%)과 태도(20%)이고, 정작 말의 내용은 7%에 불과하다.
짧은 기간 폭넓은 유권자에게 스스로를 어필해야 하는 선거에서는 목소리가 더욱 중요하다. 후보마다 스피치 훈련을 받고, 이미지 메이킹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 행보가 점차 빨라지는 가운데 음성분석 전문가인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 조동욱(59·의료전자학과) 교수가 자타천으로 거론되는 유력 대선 주자들의 목소리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27일 내놓았다.
음의 높이와 편차(㎐), 발화속도, 음성의 에너지(㏈), 진동 변화율(지터·zitter), 음성 파형 규칙성(쉼머·shimmer), 소음대 배음비(NHR·noise to harmonics ratio) 등을 평가해 얻은 결과다.
조 교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선 더불어민주당 주자 중 문재인 전 대표의 목소리는 안정되고 차분해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는 평을 받았다. 발음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음성 에너지를 낮게(59.196㏈), 높낮이 변화를 크게(139.031㎐) 해 부드러움과 소통 의지를 담았다는 분석이다. 예전보다 말의 속도를 늦춰 신중함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높은 음을 활발하게 변화(189.518㎐)시켜 젊음과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고 분석했다. 핏대 높여 말할 때도 음성 에너지를 작게(64.455㏈) 해 거부감은 줄이면서 듣는 이의 동조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평이다. 충청도 출신이면서도 말끝을 짧게 끊어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동시에 '전국구'라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낮고(113.532㎐), 높낮이 기복이 적으면서(182.038㎐), 속도도 느려 신중함·안정감과 더불어 '생각이 깊다'는 평가를 얻는 목소리라는 평가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참석해서는 음의 높이와 에너지가 상승하고 속도도 빨라지는 등 역동성을 강조한 음성으로 바뀌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CEO 출신답게 딱딱하고 냉철한 느낌을 주는 음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발화속도가 1분에 300음절을 넘나들었으나, 최근에는 250음절대로 줄었다. 신중하고 조심한다는 의미라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딱딱한 이미지 탈피를 위해 목소리 톤(154.032㎐)과 높낮이 편차(204.407㎐)를 높이고, 음성에너지(65.105㏈)를 낮춰 감성을 싣고자 노력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보수진영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낮고(107.720㎐) 높낮이 편차도 적어(99.028㎐) 안정감을 전달하는 목소리라는 평가다. 인중에서 나오는 맑고 낮은 소리 위에 부드럽게 에너지(65.245㏈)를 얹어 여심을 자극한다고 조 교수는 분석했다.
높낮이 변화 없는 저음을 천천히 구사한다는 점에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비슷하지만, 두 사람을 비교하면 김 의원의 음성에너지(73.554㏈)가 상대적으로 크다. 조 교수는 두 사람 모두 여심을 관통하는 목소리지만 한쪽은 부드러움을, 한쪽은 남성미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각각 신뢰감과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목소리로 평가됐다.
조사 대상 정치인 가운데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음색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교수는 "음색이 풍부한 것은 그만큼 목소리가 조화롭게 전해져 말의 신뢰도가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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