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스펙터클·단선적 스토리…킹콩영화 '콩:스컬아일랜드'

입력 2017-02-23 18:13
압도적 스펙터클·단선적 스토리…킹콩영화 '콩:스컬아일랜드'

조던 보그트-로버츠 감독 연출…'괴수 유니버스' 막 올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베트남전에서 미국의 패색이 짙어가던 1972년, 미국의 관측 위성은 남태평양에서 스컬 아일랜드(skull Island)라 불리는 '미지의 섬'을 발견한다.

러시아보다 한발 앞서 이 섬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탐사팀을 급파한다. 지질학자, 생물학자, 탐험 전문가, 종군 기자 그리고 베트남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헬기 부대원으로 구성된 탐사팀은 스컬 아일랜드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거대 괴수와 마주하게 된다.

조던 보그트-로버츠 감독의 '콩 : 스컬 아일랜드'는 고전 괴수 영화 '킹콩'을 리부트한 영화다.

'콩'(kong)은 고릴라를 의미하는 영어단어로 '킹콩'은 말 그대로 '유인원의 왕'으로 불리는 거대 괴수를 칭하는 용어다.

1933년 메리언 쿠퍼 감독이 첫선을 보인 '킹콩'은 할리우드 괴수 영화의 시초이자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1976년 존 길러먼 감독이, 2005년에는 피터 잭슨 감독이 '킹콩'을 리메이크했으며 수많은 아류작을 낳았다.

'콩 : 스컬 아일랜드'에 등장하는 콩은 일단 크기가 압도적이다. 높이 31m, 무게는 158톤에 달하는 콩은 이전 킹콩보다 2배 이상 몸집이 커졌다.

또 이번 영화는 킹콩과 미녀 사이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걷어내고 스컬 아일랜드의 살풍경한 생태계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콩과 헬기 부대의 대결로 화려한 액션의 포문을 연다. 탐사팀은 지질 검사를 명목으로 스컬 아일랜드에 폭탄을 투하하고 이 섬의 수호자인 콩을 진노케 한다.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산처럼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콩은 관객에게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콩의 공격을 받고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탐사팀은 스컬 아일랜드의 땅을 밟는 순간 먹이사슬의 꼭대기에서 바닥으로 또 한 번 추락하고 만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탐사팀은 두 패로 나뉘어 섬을 탐사하게 된다.

전직 군인 출신의 정글 전문 가이드 콘래드(톰 히들스톤)와 종군 사진기자 위버(브리 라슨)가 이끄는 팀은 우여곡절 끝에 2차 대전 당시 이 섬에 불시착한 군인을 만나 스컬 아일랜드의 생태계에 대해 듣게 된다.

킹콩은 단순한 괴수가 아닌 이 섬의 원주민에게 신적 존재이자 수호자라는 것. 거대 거미와 바다 괴물, 그리고 킹콩의 숙적인 스컬 크롤러(두 팔 달린 뱀 모양의 괴물) 등이 즐비한 스컬 아일랜드의 생태계는 콩의 존재로 인해 가까스로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전 패전의 충격과 킹콩의 공격으로 부대원을 잃은 패커드 중령(사무엘 L. 잭슨)은 킹콩에 대한 복수심에 불탄 나머지 부대원과 스컬 아일랜드를 위험에 빠트린다. 패커드 중령의 무모한 행동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면서도 '지구의 왕은 인간'이라고 믿는 오만함을 상징한다.

'콩 : 스컬 아일랜드'의 서사 구조는 지극히 단선적이다. 분노에 사로잡힌 패커드 중령은 평면적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하며 콘래드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빈곤한 스토리 라인을 대신하는 것은 장대한 스케일과 액션이다. 하지만 사이즈에 치중한 탓인지 콩이 보여주는 액션은 피터 잭슨의 '킹콩'이 선보인 액션의 리듬감과 오밀조밀한 매력을 따라잡지 못한다.

콩의 포효하는 모습은 제작진 소개 자막이 올라간 후에도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지만, 감동으로 남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가 끝났다고 해서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된다. '콩 : 스컬 아일랜드'는 워너브러더스 '괴수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쿠키 영상은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스'(2019)와 '고질라 vs 킹콩'(2020)에 등장할 또 다른 거대 괴수의 출현을 예고한다.

3월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8분.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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