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골퍼 피터스 "PGA투어가 꿈의 무대라고? 난 유럽이 좋아"
세계랭킹 33위 유망주…"투어 카드 줘도 미국서 안 뛸래"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돈과 명예를 한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PGA투어 대회 우승 상금은 10억원은 기본이다. 특급 대회 우승 상금은 20억원에 육박한다.
스포트라이트도 쏟아진다. 어딜 가나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PGA투어 입성은 힘들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선수가 아니면 더 어렵다. PGA투어에 진출할 기회만 있다면 필사적으로 잡으려 한다.
PGA투어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자부하는 유럽프로골프투어 선수들도 PGA투어에 뛸 기회를 노린다.
PGA투어를 병행하는 유럽프로골프투어 선수도 적지 않다. 그런 선수는 아주 특출한 최정상급 선수들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루이스 우스트히즌(남아공), 마르틴 카이머(독일) 등이 그렇다.
이런 수준이 아닌 상당수 유럽프로골프투어 선수들에게 PGA투어를 선망한다. 많은 선수가 유럽프로골프투어를 PGA투어 진출의 디딤돌로 삼는다.
안병훈(26)도 유럽프로골프투어를 교두보 삼아 PGA투어에 진출했다.
지난해 유럽프로골프투어 발데라마 오픈에서 우승한 앤드루 '비프' 존슨(잉글랜드)은 PGA 2부투어 최종전을 거쳐 PGA투어에 입성했다.
지난 2004년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는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4승이나 거둔 마티아스 그론베리(스웨덴)이 응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토마스 피터스(벨기에)는 이런 PGA투어 무대에서 뛸 기회를 고사해 화제가 됐다.
올해 스물다섯 살인 피테르스는 세계랭킹 33위가 말해주듯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촉망받는 기대주다.
2014년 데뷔해 벌써 3승을 올렸다. 지난해 라이더컵에 단장 추천 선수로 출전해 4승1패라는 뛰어난 전적을 거뒀다. 그는 네 살 때부터 골프를 친 '신동'이었다.
유럽프로프투어에서 18승을 올리고 1999년 라이더컵 때 유럽팀 단장을 맡은 마크 제임스(잉글랜드)는 "약점이 없는 선수"라면서 "나중에 닉 팔도처럼 성공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피터스는 초청선수로 출전한 PGA투어 제네시스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PGA투어 카드 획득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PGA투어는 투어 카드가 없이 초청 선수로 출전한 선수라도 페덱스 포인트 320점을 받으면 당해 투어 카드를 부여한다. 안병훈도 이 규정에 따라 PGA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피터스는 그러나 "투어 카드를 받아도 PGA투어에서 뛸 생각이 없다"고 미국 언론에 밝혔다.
"나중에 생각이 바뀔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PGA투어가 아닌 유럽투어에서 뛰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피터스가 꿈의 무대 PGA투어를 고사하는 이유는 놀랍게도 누나와 조카, 형을 비롯한 가족과 헤어져 살기 싫어서다. 한마디로 벨기에 앤트워프 집을 떠나 미국에 가기 싫다는 것이다.
피터스는 "한 달 전에 누나가 아들을 낳았다. 조카가 너무 귀엽다"면서 "나는 3주만 집을 떠나 있어도 집이 그립다"고 말했다.
피터스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일리노이대학 골프부에서 3학년까지 활동했다.
일리노이대학 골프부 코치 마이크 스몰은 "대학 다닐 때도 피터스는 유난히 집을 그리워했다"면서 "1학년 추수감사절에 벨기에 집에 다니러 갔는데 돌아오지 않으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피터스가 미국 생활에 잘 적응했는데도 그랬다"면서 "피터스의 부모님이 잘 설득해서 비행기를 태워 보냈다"고 웃었다.
피터스도 "당시 부모님이 '남자가 한번 시작한 건 끝이 봐야 한다'면서 미국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제네시스오픈에 이어 혼다클래식에도 초청 선수로 출전한 피터스는 복병으로 꼽힌다.
대학 때 그를 지도한 스몰은 "피터스가 대학 때 볼을 때려내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절대 유리한 변별력 있는 코스에서 곧잘 우승했다"면서 "혼다클래식이 열리는 PGA 내셔널 골프장도 그런 코스"라고 말했다.
만약 피터스가 혼다클래식에서 우승이라도 하게 된다면 PGA투어 진출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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