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걸음마' 인도 피겨 아이스댄스의 꿈 "평창에서 만나요"
호흡 맞춘 지 8일째…수행 점수는 모두 마이너스
여자선수는 롤러대표 출신…"인도에서 유망주 키우고 싶어요"
(삿포로=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국제 대회 출전은 물론 동계 아시안게임도 처음이죠. 그래도 꿈은 평창에 가는 거랍니다."
23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종목의 개막일을 맞아 팬들이 경기장에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피겨 종목 첫 경기는 아이스댄스 쇼트댄스였다.
장내 아나운서가 첫 번째 출전팀을 호명하자 관중석에서는 웅성거림이 들렸다.
첫 연기의 주인공은 동계스포츠와는 전혀 연관이 없을 듯한 인도의 알드린 엘리자베스 매튜-아눕 쿠마르 야마 조였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공하는 선수 프로필에는 이들의 ISU 공인 점수가 없다. ISU 주관 대회에 나선 적이 없어서다.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이 이들의 국제무대 데뷔전이었다.
매튜-야마 조는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은반에 올라 음악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스케이팅 스킬 자체이 부족해 보는 사람들조차 넘어질까 봐 불안감을 줄 정도로 느릿느릿 연기를 펼쳤다.
야마가 매튜를 안아 들어 올리는 로테이셔널 리프트 연기를 펼칠 때는 매튜가 얼음에 떨어질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래도 매튜-야마 조는 연기가 끝날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고, 관중은 큰 박수를 보냈다.
쇼트댄스 점수는 기술점수(TES) 7.70점에 예술점수(PCS) 5.48점, 감점 3을 합쳐 10.18점이었다.
7개 출전팀 가운데 당연히 꼴찌였고, 6위와 점수 차도 32.38점이나 났다. 5개 연기 요소 모두 수행점수(GOE)가 '마이너스'였다.
그래도 이들의 표정은 빛났다.
경기가 끝난 뒤 연합뉴스와 만난 매튜-야마 조는 "아이스댄스를 시작한 이후로 아시안게임은 물론 국제대회도 처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매튜와 야마는 인도 피겨 아이스댄스의 선구자들이다.
이들은 2011년부터 각기 다른 파트너와 아이스댄스를 시작했고, 이번 아시안게임 개막을 8일 앞두고 처음 파트너 호흡을 맞췄다.
특히 야마는 2010년 광저우 하계아시안게임에서 롤러 선수로 참가해 2개의 동메달을 따낸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인도 최고의 롤러 선수였던 야마는 2011년 '전공'을 바꿨다. 피겨의 매력에 빠졌고, 특히 그때까지 인도에 전무후무했던 아이스댄스에 뛰어들었다.
국제 대회 데뷔전을 치른 야마는 "인도에는 아이스링크가 없다. 그래서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훈련했고 여기에 와서야 얼음에서 훈련할 수 있었다"라며 "처음 경험하는 동계 아시안게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야마는 "처음 아이스댄스 시작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조차 몰랐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로 가서 주디스 로리(캐나다) 코치를 만나 기초적인 기술을 배웠다. 모두 얼음 밖에서 배웠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리 어려운 길을 선택했을까.
야마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는 "누군가가 처음 인도에서 시작하는 게 중요했다. 인도는 거대한 나라지만 아이스링크 조차 제대로 없다"며 "우리가 동계 아시안게임에 처음 참가한 것을 통해 정부에 '인도 피겨도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야마는 이어 "이런 도전이 인도의 미래 세대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튜-야마 조의 가장 큰 꿈은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야마는 "꿈은 당연히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라며 "비록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지 8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훈련하면 분명히 내년에는 평창에 있을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는 "동계 아시안게임에 나선 선수들은 수년간 호흡을 맞춰서 아름답게 연기한다"며 "그들의 모습을 보고 매일 배운다. 아주 좋은 경험이다. 인도로 돌아가서 유망주들에게 피겨를 가르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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