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자컬링 銅 김수혁 "3연패 무산, 선배들께 죄송"

입력 2017-02-23 16:28
[아시안게임] 남자컬링 銅 김수혁 "3연패 무산, 선배들께 죄송"

2003년 아오모리 대회서 대표팀 막내로 금메달

(삿포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선수가 '죄송하다'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대표팀 선수나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금메달에 실패했다'가 아니라 '은메달을 딴 것'이라고 강조한다.

스포츠에서 '1등이 아니면 모두 패배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무대 뒤에서 흘린 땀방울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동계아시안게임 컬링 동메달을 확정 지은 한국 남자대표팀(강원도청) 김수혁(33) 스킵(주장)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 (결승) 경기를 해야 했다"면서 "선배들의 업적을 이어가지 못해 죄송하다"고 자책했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23일 일본 홋카이도현 삿포로 컬링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컬링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만에 10-5로 승리했다.

전날 일본에 5-6으로 아쉽게 패해 24일 결승 대신 이 날 동메달 결정전에 출전하게 된 한국 남자대표팀은 대만에 한 수 위 기량을 보여주며 쉽게 승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김수혁은 "(금메달을 따지 못해) 한국 컬링에 죄송하다"며 "(동계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수혁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14년 전인 2003년 아오모리에서 동계아시안게임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19살의 나이로 출전한 김수혁은 고승완·이동건·최민석·박재철 등 대학교 선배들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는 팀을 이끄는 주장으로 후배 목에 '금목걸이'를 걸어주겠다는 각오가 무산되면서 자책감은 더했다.

한국이 준결승에서 만난 일본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한국은 전날 준결승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을 펼쳤지만, 일본의 10엔드 마지막 스톤에 1점을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김수혁은 "어제 내가 1, 2엔드에서 실수가 잦았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마무리한 한국 남자컬링 대표팀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에 들어간다.

김수혁은 "오늘 경기가 한국 컬링에 밑거름된다면 기쁘게 생각하겠다.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도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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