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부동산투자한도 조달자금 10%→30%로 확대"
금융위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 위해 규제 대폭 완화 검토"
5대 증권사, 부동산 투자한도 상향요구 사실상 수용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민정 기자 =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부동산투자 규제가 완화돼 투자한도가 조달자금의 10%에서 30%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에 따라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꾸는 대형 증권사들이 조달 자금의 최대 30%까지 임대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국내 5대 대형 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직후 금융당국에 초대형 IB 육성책에 담긴 투자규제를 완화해달라며 '부동산투자 한도'를 조달 자금의 10%에서 30%로 늘려달라는 요구안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바 있다.
현재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어 단기금융 업무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006800],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016360] 등 5곳이다. 이들 증권사가 기업어음 발행으로 최대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48조원에 이르며 이 중 절반이 잠재 기업금융 자금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초대형 IB 육성책 투자 기준과 관련해 업계 의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애초 투자 한도를 못 박은 건 아니다"며 "초대형 IB를 하려는 대형 증권사들이 부동산투자 한도를 늘려달라는 의견을 내 합리적이고 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작년 말 금융위는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해 자기자본 기준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단기금융 업무를, 8조원 이상에 종합투자계좌(IMA) 운용업을 각각 허용하는 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최대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어음 발행으로 자금을 모아 절반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하게 돼 있다.
그러나 기업금융 투자 대상이 신규 발행 주식과 회사채, 'A' 등급 이하 유통 회사채, 경영 사모형 펀드, 코넥스 시장 상장 주식, 비상장주식 등 극히 제한적이고 다른 자산 투자 한도도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부동산투자 한도가 조달 자금의 10%로 묶이자 초대형IB들은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금융당국 측은 "다만, 증권사들이 조달한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만 흘러가면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고 기업금융 추진 취지가 훼손될 수 있어 부동산투자 한도를 아예 없애는 건 어렵다"며 "한도를 일정 수준 완화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규제 완화 목소리를 낸 것은 자금을 끌어모아도 기업금융 대상 자산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투자할 수 있는 기업금융 매물이 별로 없어 초대형 IB를 하더라도 채권이나 기업 대출 위주로 가야 할 상황"이라며 "채권은 기대수익률이 2% 수준에 불과하고 기업 대출시장은 은행이 장악해 증권사들이 진입할 틈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의견을 반영해 규제가 완화하면 대형 증권사들은 기업금융 업무를 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확보 차원에서 국내외 임대 오피스, 물류센터, 호텔, 시공사업 등 대체자산 투자를 좀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인수금융이나 사모주식펀드(PEF) 등 자산 투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현금 흐름이 활발하지 않아 임대 부동산 등 대체자산 투자도 일부 병행해야 한다"며 "현 시장 트렌드에선 대체자산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
indigo@yna.co.kr,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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