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노트북·등록금까지…대학 신입생 확보 총력전
취업 보장에 기숙사 배정해주고 4년 전액 장학금 주기도
학교 재정 확보는 물론 교육부 평가 불이익 피하려고 사활
(전국종합=연합뉴스)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신입생 확보를 위해 대학들이 막바지 눈물겨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정원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와 전문대를 중심으로 무료 해외연수에 등록금 면제, 노트북 지급, 취업 보장까지 파격적인 특전들을 쏟아내고 있다.
신입생 해외연수는 이제 기본이 되다시피 했다.
전북의 한 대학은 신입생 전원에게 15일간의 동남아 연수 혜택을 준다. 전액 무료였지만 신청만 하고 불참하는 학생을 막기 위해 올해는 전체 비용 170만원의 10% 남짓을 받는다.
부산의 한 전문대는 경비 전액을 학교가 부담해 신입생에게 2주간 중국 상하이 문화체험학습 기회를 준다.
전북의 또 다른 전문대는 4∼6주 과정으로 뉴질랜드, 괌, 필리핀 등지에서 어학연수를 할 기회를 주며 대전의 한 대학은 신입생 60여 명을 중국의 자매대학에 2주간 일정으로 보내준다.
대전 한 대학은 재학생과 신입생 15개 팀을 선발해 배낭여행에 필요한 경비 600만원씩을 지원해준다.
장학금과 등록금을 통한 신입생 모집도 가장 선호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부산의 한 대학은 모집 단위별 상위 25%에 4년 전액 장학금을 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이뿐 아니라 입학생 전원에게 무료로 단기 해외연수를 하는 특전도 준다.
경북의 한 전문대는 신입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첫 학기 등록금을 아예 받지 않으며, 부산의 한 대학은 입학생 전원에게 학기별로 최대 100만원의 장학금을 준다.
울산의 한 전문대는 30세 이상의 모든 신입생에게 60만원 가량의 입학금을 면제해준다.
취업과 기숙사, 상품 등도 신입생 발길을 잡아끌기 위해 흔히 동원되는 수단이다.
울산의 한 대학은 '대기업 취업 보장'을 내걸었다. 한 대기업과 연계해 조선, 기계, 전기공학 등의 학과에 입학하는 신입생 10명에게 취업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이 제도에 선발된 신입생에게는 등록금 전액 장학금 지급과 기숙사 무료 제공, 학비 보조금 지급 등의 혜택도 추가로 준다.
경북의 한 4년제 대학은 신입생들이 대학을 결정할 때 기숙사 입사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착안해 기숙사 정원의 절반을 신입생에게 배정해기로 했다.
경북과 부산 등 상당수 지역 대학들은 최신 노트북 등 다양한 상품을 준다.
대학들의 이런 노력은 신입생 충원율이 대학 경쟁력의 척도가 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학교 존폐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입생 한 명을 유치하면 졸업 때까지 사립 전문대는 대략 평균 2천만원, 4년제는 3천만원 안팎의 등록금을 걷을 수 있다.
학교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정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경북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한두 학기 등록금이나 입학금을 면제해주거나 수백만원을 들여 해외연수를 보내줘도 대학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가 된다"며 "충원율이 낮은 학교일수록 화려한 혜택을 내걸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입생 충원율은 교육부가 각 대학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이기도 한다.
충원율이 낮으면 각종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돼 여러 형태의 불이익을 받게 되고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전북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다가오는 '입학 절벽'에 대비해 대학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추세이고, 낮은 평가를 받은 학교에는 재정지원 제한과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혜택 축소 등의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무리를 해서라도 신입생을 최대한 모집해야만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문제 있는 학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고, 다음 해에 신입생 모집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학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백도인 양영석 이종민 김근주 이덕기)
doin1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