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예약부도 꿈 깨라" 호주 3만8천명 블랙리스트에

입력 2017-02-23 11:26
"레스토랑 예약부도 꿈 깨라" 호주 3만8천명 블랙리스트에

한 달에 3천 명꼴 추가 등재…"2020년 예약부도 '0' 목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시드니 도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넬리 로빈슨은 주당 평균 2 테이블 꼴로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따른 연간 추정 손실액은 약 3만1천 호주달러(2천700만원). 호주 레스토랑 업계 전체로는 연간 7천500만 호주달러(6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로빈슨은 온라인 예약사이트의 블랙리스트 제도를 활용하면서 손실을 덜고 있다.

지난주 밸런타인데이 때 나타나지 않은 고객에게 예약을 새로 잡을 것을 권했지만, 응답마저 없자 150 호주달러(13만원)의 위약금을 받아냈다.

호주 온라인 예약사이트 '디미'(Dimmi)에 가입한 음식점들이 지난해 예약을 부도낸 '노쇼'(No-show) 고객 3만8천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23일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2월 말도 없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제도를 도입, 목록에 오르면 1년간 해당 음식점에 다시 예약할 수 없도록 했다.

음식점 업주들의 큰 호응을 받으면서 약 1개월 만에 3천159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해당자 수는 1년 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리 언급도 없이 예약을 어긴 고객들은 후에 갖가지 변명을 내놓기 일쑤다.

"음식점을 결정하지 못해 동시에 2곳에 예약을 했으나 취소를 하지 못했다"거나 "갑자기 회의가 잡혔다"라는 식이다.

"음식점으로 가는 길에 무릎뼈를 다쳤다"는 믿기 힘든 해명도 나왔으나 이는 뒤에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사이트 측은 지난 12개월 동안 예약부도 고객이 25%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효과를 발휘한 데는 강한 벌칙 규정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약 때 고객의 상세한 카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해 선불을 받고, 위약금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예약부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로빈슨은 "우리도 양심이 있다. 고객에게 불가피한 사정이 생기면 예약을 다시 잡도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고객이 완전히 취소하려 하면 위약금을 매긴다"라고 말했다.

사이트 설립자인 스테판 프로무티코 대표는 "예약부도는 음식점들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며 "2020년까지 예약부도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통상 악의로 예약을 부도내지는 않지만, 그것이 미치는 영향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블랙리스트 제도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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