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은하레일 악몽' 10년째…모노레일 사업도 무산(종합)

입력 2017-02-23 17:09
'월미은하레일 악몽' 10년째…모노레일 사업도 무산(종합)

인천교통공사, 민간사업자 탓 돌리며 후속 대안은 '나 몰라'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부실공사 때문에 개통도 못 하고 철거된 인천 월미은하레일의 후속 사업이 또다시 파행을 겪고 있다.

인천교통공사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인천모노레일 사업을 진행하는 민간사업자 인천모노레일과 협약을 해지하기로 의결했다.

이중호 인천교통공사 사장의 최종 결재 단계가 남았지만,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셈이나 다름없다.

월미모노레일 사업은 월미은하레일의 대안으로 2015년 2월 교통공사와 민간사업자 간 실시협약 체결 후 본격 추진됐다.

월미은하레일 차량과 레일은 철거하는 대신, 월미도를 순환하는 6.1km 구간의 교각 구조물과 4개 역사 건물은 그대로 두고 소형 모노레일 선로를 새로 건설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창밖으로 월미도 전경을 감상하고 일부 구간에서는 월미도의 역사문화를 스토리텔링화한 가상현실 영상을 차량 내부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개발도 시도됐다.

그러나 인천교통공사는 민간사업자의 사업 수행 능력이 미진하다고 판단하고 협약 해지 방침을 굳혔다.

공사는 인천모노레일이 자금 조달계획을 담은 투자확약서를 기일에 제출하지 못하는 등 협약상 이행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초 예정대로 5월에 개통하려면 전체 차량 70량 중 18량 정도가 이미 제작 완료됐어야 하지만 시제차량 1량 외에는 진척이 없다며, 더 이상의 사업 추진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인천모노레일은 인천교통공사에 책임을 돌렸다.

인천모노레일은 월미은하레일 사업 실패 이후 안전기준이 강화돼 작년 9월에야 건축허가가 완료됐다며,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고 협약을 해지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인천교통공사 경영진이 바뀐 뒤 기존 월미은하레일 시설설비 현황을 제때 제공하지 않는 등 사업 추진에 비협조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인천모노레일은 현재까지 투입한 금액만 75억원에 이른다며, 사업이 무산될 경우 민형사상 법적 조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모노레일의 모기업인 가람스페이스는 총 공사비 190억원을 부담하고 매년 8억원의 임대료를 교통공사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20년간 운영권을 받았다.

월미모노레일 사업이 또다시 파행을 겪으면서 인천교통공사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인천모노레일의 기술력과 재정능력에 문제가 없다며 사업 성공을 자신했다.

공사는 실시협약을 체결한 2015년 2월 보도자료에서 "우선협상자의 사업능력(기술력, 재정능력, 운영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우려 사항에 대해 충분히 확인 후 보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년 만에 인천모노레일의 사업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협약을 해지함으로써, 민간사업자에 대한 교통공사의 사전 검증이 허술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인천교통공사는 또 후속 대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둘러 협약 해지 수순을 밟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2008년 착공 이후 853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월미은하레일이 부실공사 논란 끝에 개통도 못 하고 작년 11월 철거됐는데, 또다시 민간사업자 탓만 하며 후속 사업방향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시공사의 사업수행 능력이 떨어져 모노레일 사업을 더 끌고 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라며 "조속한 시일 안에 후속 사업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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