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에 희망의 꽃 피웠다"…케냐 '나현 스쿨'의 사연

입력 2017-02-23 09:46
"척박한 땅에 희망의 꽃 피웠다"…케냐 '나현 스쿨'의 사연

순직한 KOICA 직원 이름 딴 학교, 3월 3일 현지서 준공식

(성남=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가에 한국인 이름을 딴 초등학교가 세워졌다.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현지 시간으로 오는 3월 3일 단도라 지역에 설립한 '세인트 가브리엘 나현 스쿨'(ST.Gabriel Nahyun School)의 준공식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학교는 1995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입사해 케냐·에티오피아·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에 파견돼 근무하다 본부에 들어와 동아시아팀장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2013년 4월 회의 도중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난 고 나현(당시 46세) 씨의 숭고한 봉사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됐다.

고인의 어머니 윤영순(71) 씨는 "아프리카는 딸의 제2의 고향이다. 딸은 척박한 땅에 희망의 꽃을 피우고 싶다고 늘 말했다"며 평소 현지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쏟았던 딸의 뜻을 기리기 위해 학교를 세워달라고 1억6천만 원을 내놨다.

이 기부금에 KOICA와 굿네이버스도 각각 3억6천만 원과 2억 원을 보태면서 2015년 말부터 '케냐 도시 취약계층 아동의 질높은 초등교육 보장 및 보호 체계 구축 사업'이 추진됐다.

지난해 4월 착공한 7억2천만원 규모의 이 사업은 4층 규모의 '나현 스쿨' 신축과 함께 교사 훈련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사회개발 인식(아동권리 인식) 함양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학교명은 지난 2009년 개교한 '세인트 가브리엘 스쿨'의 명맥을 잇는 것이다.

새로 지은 학교에서는 단도라 지역 학생 400여 명(11학급)이 공부할 예정이다. 이 학교에는 현재 여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 '나현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자기관리와 시간 관리 그리고 리더십 교육 등을 통해 미래 여성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향상한다는 목표가 있다.

KOICA 관계자는 "유명 인사가 아닌 민간인, 그것도 KOICA 직원의 이름을 딴 학교가 아프리카에 세워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나 씨의 뜻이 이뤄져 케냐의 미래를 밝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나현 스쿨' 착공식에는 고인의 어머니와 동생 등 유가족과 장현식 KOICA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KOICA의 신혜영 케냐사무소장·도영아 에티오피아사무소장·전영숙 우간다사무소장·최영미 동아프리카실 부실장, 굿네이버스 케냐 지부장, 학교 관계자와 시민 등이 참석한다. 장 이사장은 착공식에서 학용품 등 교육 자재를 기증할 계획이다.

유가족은 앞으로도 급식, 교육 시스템 등 학교 운영에 관심을 갖고 계속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후원 의사를 밝혔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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