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들개떼 습격에 농민들 '공포'…사람 물고 소 죽여

입력 2017-02-23 09:18
수정 2017-02-23 10:20
멧돼지·들개떼 습격에 농민들 '공포'…사람 물고 소 죽여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겨울철 산속에 먹잇감이 부족하자 야생동물이 민가로 내려와 사람이나 가축을 공격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4시 30분께 들개 3마리가 옥천군 군서면 오동리 손모(75)씨 농장에 침입, 2년생 암소 1마리를 물어 죽였다.

손씨는 "소한테 사료를 주기 위해 축사에 들어서는 순간 덩치 큰 개 3마리가 뛰쳐나왔고, 안을 살펴보니 소 1마리가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죽은 소는 엉덩이와 꼬리 부분이 심하게 물려 뜯긴 상태였다. 다른 소 1마리도 다리 등에 개의 이빨 자국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었다.

들개 습격을 받은 농장은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서 수 십개의 개 발자국을 발견했지만, 도망간 개들의 행방을 쫓는 데는 실패했다.

경찰과 옥천군은 야생동물 기동포획단을 투입해 들개를 추적하고 있다.



하루 전인 지난 21일 괴산군 문광면의 한 과수원에 먹이를 찾기 위해 배회하던 멧돼지가 사람을 공격했다.

이날 오후 5시 10분께 아내와 함께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농장주 지모(75)씨는 과수원에 출몰한 멧돼지에 다리 등을 물려 부상했다.

과수원을 습격한 멧돼지는 몸집이 성인 남성만큼 컸고 무게가 120㎏에 달했다.

지씨는 주민 3명과 함께 약 1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가까스로 멧돼지 목에 줄을 걸어 나무에 묶어 놓는 데 성공했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지씨는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그의 아내도 멧돼지에 물려 다쳤다.

멧돼지는 유해조수포획단에 의해 사살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야생동물의 민가 출몰이 잦은 11월부터 2월까지 기동포획단을 운영하고 순환수렵장을 여는 등 야생동물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영동군은 지난달 베테랑 엽사 16명으로 구성된 기동포획단을 만들어 유해야생동물 출몰 시 포획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오는 멧돼지의 개체 수가 날이 따뜻해지는 3∼4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멧돼지와 직접 마주치면 나무 뒤에 숨어야 한다"면서 "성급하게 도망치지 말고 119나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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