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 키프로스 통일협상 좌초…터키계 북부 불참 통보

입력 2017-02-23 02:48
분단국 키프로스 통일협상 좌초…터키계 북부 불참 통보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지난달 극적 타결 기대감까지 낳은 키프로스 통일협상이 '역사교육 논란'을 빌미로 결렬위기를 맞았다.

그리스계 키프로스공화국 정부는 23일로 예정된 회의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계정에 "무스타파 아큰즈 북(北)키프로스 터키 공화국 대통령이 불참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어 유감"이라는 글을 올렸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이어 "나는 언제는 협상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16일 남북 키프로스 두 정상과 유엔 특사의 회담은 키프로스 공화국의 새 역사교육법안을 놓고 격앙된 분위기가 형성되며 중도 파행했다.

아큰즈 대통령은 이달 21일 북키프로스를 찾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과 만난 후 불참 결정을 유엔에 통보했다.

최근 키프로스의회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던 1950년 전개된 '에노시스' 국민투표, 즉 키프로스를 그리스에 합병하려는 움직임을 기념하는 날을 역사 시간에 필수로 가르치게 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북키프로스와 터키는 에노시스 교육법안이 평화·통일 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양측 모두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21개월에 걸친 협상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북의 역사교육 갈등에 더해 터키 내 민족주의 기조와 그리스대법원의 터키군인 송환 기각 결정 등으로 그리스와 터키 관계도 악화했다.



키프로스는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그리스계와 터키계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런 혼란 속에 1974년 터키군이 키프로스 섬을 침공해 북부를 점령,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이런 연유로 남쪽의 키프로스공화국과 북쪽의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 가운데 전자가 국제법적으로 인정을 받는 정식 국가다.

2004년 양측은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이 제시한 통일안으로 국민투표까지 벌였지만 키프로스공화국 주민이 압도적으로 반대해 통일이 무산됐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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