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행정명령 2탄에 떠는 美불체자들…한인사회도 영향받나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는 반(反)이민행정명령을 21일(현지시간)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명의로 발표하면서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켈리 장관이 미국 내 이민행정 집행력과 국경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각서 2건에 서명한 것이다. 법원 제동으로 사실상 무산된 반이민 행정명령 2탄격이다.
문제는 이 행정각서의 영향력이다.
단속과 추방에 방점이 찍히면서 이전과는 다른 무자비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기소된 불법체류자만 추방했다면 이제는 기소 가능한 모든 범죄를 저지른 불법체류자는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다.
단속 대상도 불법체류자에 한정되지 않고 "추방할 수 있는 외국인"이라고 적시해, 사실상 모든 이민자가 대상이 됐다.
아울러 미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된 경우 추방에 앞서 청문 절차를 거치던 제도를 폐지했고, 자녀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업자에게 돈을 지불하는 부모들을 기소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들이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적발되어도 추방될 수 있데 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반이민 행정명령 2탄을 순조롭게 실행하기 위해 세관 국경보호국(CBP) 직원 5천명, 이민세관 집행국(ICE) 1만명을 신규고용하라고 지시하고, 단속반원들에게 부여하는 체포 및 구금권한도 확대할 예정이다. 불법체류자 추방을 위한 법원 심리 속도도 높이기로 했다.
이런 탓에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수단 등 테러 위협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반이민 행정명령 시행이 미국 내 법원의 제동으로 중단돼 안심했던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이 다시 불안에 떨게 됐다.
미국의 이민 싱크탱크인 이민연구센터 집계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미국의 불법체류자는 1천9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통계로 보면 멕시코 불법체류자가 599만명 정도로 가장 많다. 미국 내 한국불법체류자 수는 국토안보부가 집계로 2011년 약 23만 명이었으나 갈수록 줄어 2014년에 16만9천명으로 추산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이민 행정명령과 이번 행정각서를 통해 주로 겨냥하는 불법체류자는 이슬람권 7개국과 멕시코 등인 것으로 보이나, 단속 및 추방조치가 본격화하면 한인 사회도 예외가 될 수 없어 보인다.
불법체류 신분의 한인들 역시 주로 신분확인을 거치지 않는 일자리를 찾아 생계를 겨우 꾸려가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정식으로 시민권 딸 날을 고대하며, 노력해온 한인 불법체류자들은 이제 미국이 아닌 다른 선택을 강요당할 처지에 놓이게 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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