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 기(氣) 살려야죠"…취업한파에도 대학졸업식 '북적'

입력 2017-02-23 07:51
"아들 딸 기(氣) 살려야죠"…취업한파에도 대학졸업식 '북적'

'수고했어. 오늘도' 노래 속 부모들 졸업생 위로·응원

대학마다 졸업식장 빼곡…"진심으로 다행" 축하 현수막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인생에서 한 번뿐인 졸업식인데…취업은 안 됐어도 기념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왔어요."

비와 눈이 섞여 내린 지난 22일 오전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2016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장은 학사모를 쓴 졸업생과 가족들 수백 명으로 북적거렸다.

졸업식장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꽃을 판매하려는 상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졸업과 함께 '백수'가 되는 매서운 취업 한파 탓에 많은 학생이 아예 불참하거나 나홀로 졸업식을 치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졸업식장은 축하를 위해 꽃다발을 챙겨온 가족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직장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친구들과 울고 웃었던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고 사회로 진출하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졸업생들은 입을 모았다.

졸업생들은 친구들과 셀카를 찍으며 모교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나눴다.



'백두혈통의 자식 졸업하다', '졸업이라니, 속도 없이 좋구나', '졸업해서 진심으로 다행이야" 등 교정에는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후배들의 센스있는 현수막이 내걸려 졸업식장을 찾은 축하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사범대 학위수여식에선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란 노래가 울려 퍼지며 졸업생들을 응원했다.

올해 사범대를 졸업한 최모(27)씨는 "임용고시에는 합격하지 못했지만 동고동락한 친구들과의 마지막 학교 공식행사여서 졸업식에 참석했다"며 즐거워했다.

졸업생 가족들 역시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청춘의 첫 출발을 축하했다.

대전에서 아들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 이 대학을 찾은 명모(56·여)씨는 "세상에 나가면 힘든 일이 더 많을 텐데 첫출발하는 아들 기라도 살려줘야 하지 않겠느냐"라면서 "힘들어도 꼭 참고 견뎌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충북대는 학사 2천707명, 석사 648명(일반대학원 419명, 전문대학원 91명, 특수대학원 138명), 박사 115명 등 졸업생 3천470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학위수여식은 단과대별로 23일까지 이어진다.



윤여표 총장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긴 항해가 시작돼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충북대인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늘 배움의 자세로 훌륭한 인재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도 지난 22일 오후 교원문화관 대강당에서 2016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열었다.

학위수여식에서는 전임총장을 비롯해 학부모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사 516명, 석사 685명, 박사 41명 등 졸업생 1천 242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이 대학은 교원문화관 주변에 2개의 포토존을 설치하여 졸업생들에게 마지막 추억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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