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드카' '트럼프 비누'…트럼프 상표 전세계에 400개
중국에도 126개 트럼프 상표 등록…"중상주의적 본능" 눈길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반세계화를 내세우며 국수주의자를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업가로서는 얼굴을 바꿔 전 세계에 상표등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9개 해외상표등록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의 사업체들이 2000년 이후 28개국에 400개 가까운 해외상표 등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는 대선캠페인 기간에도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인도네시아 등에 10여 개의 새로운 상표를 등록했으며, 필리핀에서는 당선 한 달 후 상표보호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학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중상주의적 본능을 가진 전형적인 사업가로 보인다"면서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가 들어가 사업할 수 있도록 시장개방을 하되, 미국 시장은 트럼프의 조건에 따라야만 접근할 수 있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상표등록은 인도에 트럼프 비누와 트럼프 향수, 브루나이에 트럼프 엔지니어링 서비스, 이스라엘에 트럼프 보드카, 중국에 트럼프 건설프로젝트 등 온갖 종류의 잠재적 상품을 아우른다.
이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중국과 멕시코를 불공정무역으로 맹렬히 비난하고, 독일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한 데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재협상을 선언하는 등 강경한 반세계화 행보를 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이와 관련한 성명에서 "지난 20년간 수많은 곳에 상표등록을 했다"면서 "새로 국제적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표적으로 맹비난을 퍼부은 멕시코나 중국에서도 활발한 상표등록을 해왔다.
그는 국경장벽을 건설하고, 20%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한 멕시코에는 지난 10년간 실패한 리조트 2곳을 비롯해 트럼프 시그니처 컬렉션 의류 라인, 술과 가구 등 25개 상표를 등록했다.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중국에는 대선캠페인 와중에도 레스토랑과 바, 호텔, 증권사, 광고와 영업컨설팅과 관련한 상표등록을 했다. 2005년 이후 그가 중국에 등록한 상표는 126개에 달한다.
중국에서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을 대리하는 스프링 창 법무법인 창치 & 파트너스 설립자는 "고객들에게 유명인의 이름이 일반적인 명칭 취급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어전략을 추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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