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교관 현광성이 암살단 수뇌…北대사관에 은신 중"(종합)
감독·기획·연락책 맡아…말레이경찰 용의자들 역할 파악
(상하이·런던=연합뉴스) 정주호·황정우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추가로 신원을 공개한 용의자인 현지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이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익명의 말레이시아 고위 정보관리를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현광성이 전체 음모의 감독자다. 그의 역할은 음모의 이행을 감독하고 대사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그는 대사관에 숨어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욱일은 김정남이 암살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용의자 4명을 도왔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중문매체 중국보(中國報)도 현광성이 작년 말 현지 북한대사관의 2등 서기관으로 부임해올 당시부터 '특별 임무'를 부여받고 모든 암살작전의 막후 수뇌 역할을 수행했던 것으로 경찰당국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광성의 역할이 암살작전 감독자뿐만 아니라 연락관, 기획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사건 관련 모든 용의자들이 분담하고 있던 기본적 역할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4명의 남성 도피범과 2명의 여성 용의자들은 암살 작전을 실행한 집행자들이었고 체포된 리정철(46)은 심부름 겸 운송책,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은 달아난 4명의 도피 및 귀국 행로를 짠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현광성이 이번 김정남 암살사건의 주요 막후수뇌 겸 감독자라고 경찰은 확신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하지만 대사관에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현광성에 대해 말레이시아 공권력이 체포에 나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현광성이 말레이시아 정부에 등재된 정식 외교관으로, 중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주재국의 민사 및 형사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외교관 면책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지 베르나마통신은 경찰이 아직 현광성, 김욱일 두 용의자가 북한대사관에 은신 중인지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들이 대사관에 숨어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경찰은 이들이 사건수사에 협조토록 하기 위해 찾고 있는 중이며 이들이 먼저 (경찰을) 찾아와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출석을 원치 않는다면 경찰은 체포령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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