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시골마을에 드리운 '암 공포'…10명 사망·발병률 40배(종합)

입력 2017-02-22 15:25
익산 시골마을에 드리운 '암 공포'…10명 사망·발병률 40배(종합)

(익산=연합뉴스) 김동철 최영수 기자 = 전북 익산시의 한 시골 마을에서 암 환자가 집단발병해 관계기관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이 마을의 암 발병률은 평균 19%에 달해 전국 평균의 4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45가구 80여명이 모여 살던 평온했던 이 마을이 수년 전부터 암 공포에 휩싸였다.

2012년부터 주민 10명이 암으로 숨졌고 현재도 5명이 암 투병 중이다.

폐암, 간암, 위암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암이 집단발병하면서 80여명이던 주민도 70명 선까지 줄었다.



주민들은 2000년대 초 마을 인근에 들어선 비료공장을 발병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지 못해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웃집 사람이 암에 걸려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거나 투병하는 걸 보면 언제 또 누가 암에 걸릴지 '암 공포'에 두려움부터 앞선다.

주민 최모씨는 "공장이 생길 무렵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주민 대부분이 지하수를 마셨다"며 "주민들이 비료공장에서 흘러든 오염수와 섞인 지하수를 마시면서 암이 발생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추정했다.

김현구 마을이장은 "질병에 취약한 노년층은 물론 건장한 30∼40대도 암에 걸렸다"며 "시골 마을에 갑자기 암 환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인근 비료공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2015년 보건복지부의 암 발병률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10만명당 445명에서 암이 발생해 평균 발병률은 0.45%가량이다.

이 마을의 암 발병률은 평균 19%에 달해 전국 평균의 40배가 넘는다.

익산시는 악취·침출수 민원과 함께 암 환자 발생 원인을 찾아달라는 주민 요구에 따라 2013년 환경조사를 벌였으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20일 해당 비료공장에서 수질과 악취조사를 위한 시료를 채취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공장 굴뚝과 마을 입구 등에서 악취를 포집하고 지하수와 인근 저수지에서 수질을 측정해 발병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암 발병 분석을 위해 정밀 역학조사를 중앙부서에 요청했으며, 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료공장의 불법행위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시는 이른 시일에 주민에 대해 건강검진을 해주는 한편 마을 지하수를 검사해 부적합 판정 시 상수도를 마실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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