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에 독묻혀 공격·北외교관도 연루…새로 드러난 사실들
말레이 경찰 "베트남·인니여성, 장갑·헝겊 아닌 맨손으로 공격"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을 직접 실행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은 독성 물질을 맨손에 묻혀 공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에 연루돼 경찰이 추적 중인 북한 국적 인물 가운데에는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 등도 포함됐다.
21일(현지시간)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의 기자회견에서는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여럿 포함됐다.
경찰은 우선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진만 공개했던 북한 국적자 2명의 신원을 확인해 이날 공개했다.
이들은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로 아직 말레이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근거가 있다고 확실히 강조하며 북한대사관에 이들의 면담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원이 확인된 북한 국적 인물 가운데 처음으로 당국 소속 인물이 확인된 만큼 이번 사건과 북한 당국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확인될지 주목된다.
다만 북한이 이들에 대한 말레이 경찰의 '인터뷰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강제로 구인해 조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세한 범행 수법도 새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CCTV 등을 근거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5)가 독극물이 묻은 헝겊이나 장갑, 또는 독극물 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김정남에게 독극물을 주입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날 칼리드 청장은 이들이 '맨손'(bare hands)으로 독극물을 김정남 얼굴에 문질렀다고 말했다.
남성 용의자가 아이샤와 흐엉에게 차례로 손에 액체를 발라줬다는 것이다.
칼리드 청장은 CCTV를 보면 이들이 두 손을 들고 화장실쪽으로 가고 있었다며, 이들이 독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빨리 손을 씻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말레이 경찰은 단순히 '장난'이나 '몰래카메라'라고 생각해 범행에 동참했다는 여성들의 주장은 전혀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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