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뛰어들되 붙어있어라" 선원 전원구조…해경 대응 빛났다

입력 2017-02-22 11:17
수정 2017-02-22 16:07
"바다로 뛰어들되 붙어있어라" 선원 전원구조…해경 대응 빛났다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배에 불이 더 번지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되 한곳에 붙어있어야 합니다."

전남 진도 해상을 지나던 어선에서 큰불이 났지만, 해양경찰의 기지와 인근 어선의 신속한 도움으로 선원 7명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22일 오전 3시 11분께 전남지방경찰청 112상황실로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어선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즉시 신고자, 목포해양경비안전서 상황실과의 3자 통화를 연결했고 해경 김길석 경위(48)는 신고자인 선장 이모(58)씨에게 현재 상황과 선원들의 상태를 물었다.

감도가 좋지 않아 선장 이씨의 목소리가 뚝뚝 끊겼지만, 수화기 너머로 "기관실에서 불이 나 조타실까지 불이 붙었다. 선원들이 바다에 뛰어내리려 하는 것 같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경위는 강풍특보 속에 불길이 빨리 번질 수도 있다고 보고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되, 한곳에 붙어있어야 한다. 흩어지면 안 된다. 꼭 붙어있어야 한다"고 수차례 지시했다.

동시에 불이 난 어선의 위치를 추적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선박에 지원 요청을 했다.

선장이 불러준 배의 이름을 관제시스템에 입력했지만 나타나지 않자 추자도와 진도 병풍도 사이쯤인 것 같다는 선장의 말을 토대로 원거리추적감시시스템(CVMS)을 통해 병풍도 서쪽에서 K호의 신호를 확인했다.

이어 인근에서 신호가 잡힌 29t급 어선 707 현진호에 전화를 걸어 "240도 방향, 2마일 거리에 불이 난 선박이 보이느냐"며 구조 협조 요청을 했다.

현진호의 김국관 선장은 "빨간 점 같은 게 보인다"며 치고 있던 그물을 바로 자르고 3시 20분께 사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김 경위는 이후 현진호와 5차례 통화를 하며 사고 선박 발견, 현장 도착, 구조 상황을 공유하고 총 7명이 맞는지, 물속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나 부상한 사람이 있는지 등을 재차 확인했다.

현진호의 도움으로 K호 선원들은 신고 30분, 탈출 25분여만인 오전 3시 40분께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해경은 경비함으로 선원들을 진도 서망항으로 이송하고 있으며 선원 한 명이 저체온증 증세를 보이나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신속한 구조에 애써준 현진호 선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 경위는 "강풍 때문에 불이 빠르게 번지는 긴박한 상황 속에 당연히 해야 할 조치를 한 것일 뿐"이라며 "당시 가장 가까운 함정이 17해리(약 31.5km) 이상 떨어져 있었는데 신속하게 구조를 도와준 현진호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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