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임대주택에 인가한 어린이집들 '불법'…맹탕 행정 '분통'

입력 2017-02-22 10:18
LH임대주택에 인가한 어린이집들 '불법'…맹탕 행정 '분통'

현행법상 '불가'…청주시 8곳 인가했다 7∼10년 만에 폐쇄 절차

학부모들 "아이 잘 다니던 어린이집 갑자기 바꿔야 한다니 황당"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청주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 내 '가정 어린이집' 8곳을 인가했다가 수년이 지나서야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 폐쇄 절차를 밟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청주시의 인가만 믿고 자녀를 맡겼다가 졸지에 새로운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할 처지에 놓인 부모들은 시의 허술한 행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22일 청주시에 따르면 서원구 성화동과 청원구 내수읍의 LH 임대아파트 내 가정어린이집 운영이 인가된 것은 2007∼2010년께다.

LH 임대아파트는 저소득층 주거안정 차원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입주민은 자신의 주택을 이용해 영리사업을 할 수 없다.

LH는 작년 10월 일제 점검 과정에서 '주거' 명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어린이집을 운영한 8곳을 적발했다.

청주시는 적발된 가정어린이집이 LH 임대아파트에서 운영되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들 어린이집이 청주시에 인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주택 임대 계약서에는 '입주 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할 경우 재계약이 거부된다'는 단서 조항이 적시돼 있었는데도 시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현장 점검도 게을리했다.

가정어린이집 인가는 2007년 4곳, 2010년 4곳으로 2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잘못된 행정 조치가 바로잡히지 않고 반복된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공공주택 관련법 상 LH 임대주택 내 가정어린이집을 인가해서는 안 되지만 영유아보육법에는 이런 부분이 명확히 나와 있지 않아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위법하게 인가된 가정어린이집 8곳 중 1곳은 이미 다른 건물로 어린이집을 옮겼고, 다른 2곳도 인근 건물로 어린이집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머지 5곳은 가정어린이집을 폐원한 뒤 임대아파트에서 나가겠다는 뜻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적발된 가정어린이집들에 대해 이달 말까지만 운영하도록 하고 폐지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폐원하는 가정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겼던 학부모들은 잘못된 행정 탓에 피해를 보게 됐다고 원성을 쏟아냈다.

한 학부모는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 "애를 가정어린이집에 보낸 지 1년이 넘었는데 졸업도 못 시키고 옮기게 됐다"며 "임대아파트에서만 그렇게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부모는 "관리동 어린이집만 빼고 단지 내 가정어린이집이 다 없어진다는데 그 많은 부모와 어린이들이 때아닌 어린이집 대란을 겪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부모나 원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어린이집을 옮기는 절차를 돕기로 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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