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북한에 분노한 말레이…단교 카드 만지작

입력 2017-02-22 09:22
'막무가내' 북한에 분노한 말레이…단교 카드 만지작

"어려울 때 도왔는데 감히…" 각계 분노 잇단 표출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사회에서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랜 동맹인 북측을 수사 초기부터 여러 측면에서 배려했음에도, 적반하장 격으로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를 비난하는 행태에 국민감정이 심각하게 악화하면서 나오는 반응이다.

22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대사의 성명은 전적으로 부적절하며 외교적으로 무례했다"고 말했다.

앞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이달 17일과 20일 두 차례 기자회견을 하고 말레이시아가 한국 등 적대세력과 야합해 북한을 궁지에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맞서 나집 총리는 북측의 반발에도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사와 관련해) 단호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과의 관계 재고 여부에 대한 질문에 "한 번에 한 단계씩" 대응하겠다고 답해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미 현지 전문가 집단에선 북한과의 단교에 따른 이해득실을 분석하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오 에이 순 태평양 연구센터 수석 자문위원은 "말레이시아는 매우 낮은 수준이나마 경제협력을 유지하고 있는 극소수의 국가"라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단절될 경우 북측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국제전략연구소(ISIS) 수석 애널리스트 샤흐리만 록먼은 "말레이시아 전체 무역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비중은 5만 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단교시 경제적 충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말레이시아와 소원해질 경우 여타 동남아 국가들도 북한에 잇따라 문을 걸어잠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줄곧 우호적 관계를 맺어 온 현지 화교사회도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화교연합회(MCA) 회장을 겸임 중인 리아우 티옹 라이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은 전날 MCA 사무실에서 직접 회의를 주재한 뒤 "북한 대사는 우리를 상대로 근거없는 비난을 해선 안 된다. 이는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수피안 주소흐 말레이시아국제학연구소(IKMAS) 부소장은 말레이시아 국내에서 북한에 대한 반감이 들끓는 현상과 관련해 "북측은 우리의 선의를 몽땅 하수구에 쳐넣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1973년 북한과 국교를 수립했으며,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동북아 지역에 갈등이 고조됐을 때는 미국과 북한간의 트랙2(민간채널 접촉) 창구 역할을 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상호 무비자 협정을 맺은 첫 국가이기도 하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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