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슐츠 '아겐다 2010 수술'…메르켈 맞서 좌클릭 승부수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 마르틴 슐츠 총리후보가 '좌클릭' 정책 패키지를 내놓으며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맞서 승부수를 띄우고 나섰다.
오는 9월 총선에서 총리직 4연임을 노리는 메르켈 총리후보의 대항마로 정해진 슐츠 총리후보는 20일(현지시간) 빌레펠트 당 회합 연설과 대중지 빌트에 밝힌 구상을 통해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 방침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슐츠 총리후보는 50세 초과 연령자에게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15개월로 한정한 것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기간을 늘릴 것임을 시사했다.
단기 실업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독일 현행 실업급여(ALGⅠ) 체계는 50세 이하 연령까지는 최장 12개월이며 50세 초과는 15개월, 55세 초과는 18개월, 58세 초과는 24개월로 돼 있다.
이 실업급여 체계는 앞서 2000년대 초반 같은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절에 단행된 복지 축소와 노동시장 개편 프로그램인 '아겐다 2010'에 따라 자리잡은 것이다.
실업병 치유와 지속가능한 성장잠재력 복원을 위한 아겐다 2010 프로젝트는 당시 기본 12개월에다가 연령대별로는 최장 32개월에 이르던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그렇게 크게 단축했다.
슐츠 총리후보는 또한, 35년 동안 사회보금료를 내며 근로한 노동자가 은퇴할 경우 받는 연금이 기초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게끔 개혁하고 단기계약노동 역시 축소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밝혔다.
나아가 독일 특유의 기업 노사 공동결정제도와 관련해 노동자 참여 권한을 강화하고 기업 내 직장평의회(노동자평의회) 선거를 준비하는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없게끔 하는 등 노동권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그는 총리후보를 수락하면서 '공정한 사회(사회정의)'를 사실상의 총선 슬로건처럼 내세우고 임금 공정성을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성과급과 퇴직금의 상한선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들어 사민당 지지도를 끌어올리며 기독민주당과 자매 보수당인 기독사회당 연합을 추격하고 있으며 메르켈 총리와의 직접 가상대결에서도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더러 나오는 등 총선 구도를 흔들고 있다.
이에 대해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당수는 최근 발매된 주간지 슈피겔 인터뷰에서 "슐츠 총리후보는 골수 사회당원(또는 사회민주주의자)"이라고 평가하고 "그래서 많은 사민당원이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우파 진영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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