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문 전 대표, '정세현 발언' 입장 분명히 밝혀야

입력 2017-02-21 20:19
[연합시론] 문 전 대표, '정세현 발언' 입장 분명히 밝혀야

(서울=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박정희 정권의 DJ(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와 비슷하다는 취지로 발언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전 장관은 21일 '오마이TV' 인터뷰에서 "이복형 김정남으로 언제 권력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이 김정은에겐 항상 존재했을 것"이라면서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것은 정치권력의 속성이고, 1973년 박정희가 DJ를 납치해 죽이려 한 사건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또 "이승만 전 대통령도 정적을 얼마나 많이 제거했나. 합법적인 방식도 있었는데 김구 선생도 혐의는 그런 식이지 않았나"라면서 "우리에게도 그런 역사가 있어 (북한을) 비난만 할 처지는 아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김정남 피살 이후 고조되고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당위론'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핑계를 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감시 내지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면 안보가 보장된다는 것부터 틀린 얘기"라고 주장했다. 김대중·노무현 두 진보정권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낸 그는 지난 14일 출범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전 장관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당을 제외한 여야 정당들이 일제히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3대 독재를 위해 고모부(장성택)와 이복형(김정남)까지 잔인하게 제거하는 김정은 정권을 대한민국과 비교한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언행"이라면서 "이런 분이 역대 좌파정권에서 두 번이나 통일부장관을 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문 전 대표가 당선되면 북한의 비위 맞추기라도 하려는 게 아닌지 국민은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문 전 대표는 즉각 정 전 장관 발언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반인륜적 만행을 이어가는 김정은 정권을 대한민국 역사와 동일시하는 정 전 장관의 주장은 우리 역사를 부정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면서 "이같은 왜곡된 인식에 문 전 대표도 동의하는지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정세현 위원장이 김정은 정권의 반인륜적 국제범죄를 구시대적 발상 정도로 두둔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문 전 대표가 국민 앞에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의 힘 위원회'는 김대중·노무현 두 진보정권의 계승을 상징하는 조직이다. 두 정부의 장·차관 출신 인사 60여 명으로 구성된 만큼 그런 상징성은 더할 수 없이 확연하다. 문 전 대표는 출범식에서 "정권교체 이후 인수위가 국정과제를 정리해나가듯 나침반 역할을 해 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문 전 대표가 이렇게 힘을 실어 출범시킨 정책자문단의 얼굴이 바로 정세현 전 장관이다. 여야 정당들이 바로 문 전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스님을 예방한 뒤 기자들에게 "(김정남 피살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테러이자 패륜적 범죄행위라는 게 저와 민주당의 단호한 입장"이라면서 "정 전 장관도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정 전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문 전 대표가 처음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문 전 대표의 이 말을 해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정 전 장관의 발언 내용은 달리 해석하고 말고 할 여지가 없을 만큼 분명하다. 문 전 대표가 좀 더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문 전 대표의 대북관을 불편하게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해하기 어려운 모호한 말로 얼버무리고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문 전 대표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유력 대선 주자이다. 북한 정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분명히 밝히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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