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책임감' 장원준 "믿어주시는 만큼 부담도 커"

입력 2017-02-22 04:30
'에이스의 책임감' 장원준 "믿어주시는 만큼 부담도 커"

20일 불펜피칭 100개, 공 세게 쥐다 작은 상처도



(우루마<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장원준(32·두산 베어스)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공인구를 너무 세게 쥐었기 때문이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 에이스라는 부담감이 그를 억누른다.

21일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 구시가와 구장에서 불펜피칭을 한 뒤 만난 장원준은 왼손을 내보였다. 피부가 살짝 벗겨졌다.

그는 "정말 살짝 긁혔다.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WBC 공인구(롤링스) 표면이 미끄러워서 공을 너무 세게 쥐었다. 이 부위에 피부가 벗겨진 건 처음이다"라고 했다.

이날 장원준은 공 100개를 던졌다.

대표팀 첫 훈련이 열린 12일에 불펜피칭 57개를 소화한 그는 15일에 80개로 투구 수를 늘렸다.

19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평가전에서 공 34개로 3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은 장원준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1일 기어코 공 100개를 채웠다.

장원준은 "80개까지는 구위가 괜찮았는데 이후에는 힘이 떨어졌는지 공이 높게 갔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장원준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김 감독은 "1라운드 한 경기 최다 투구 수가 65개인데, 지금 80개를 힘 있게 던질 수 있다면 순조롭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장원준은 2017년 WBC 대표팀 에이스다. 김 감독은 장원준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꼭 잡아야 할 2경기 선발'로 꼽았다.

장원준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믿어주시는 만큼 부담도 커진다"며 "유망주로 불릴 때가 마음은 편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제 장원준은 대표팀의 명운을 짊어진 투수다.

'빅게임 피처(큰 경기에 강한 투수)'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두산에 둥지를 튼 2015년부터 장원준은 자주 큰 경기를 치렀고, 기대 이상으로 호투했다.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2.36(26⅔이닝 7실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한 그는 11월 프리미어 12에서도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2.31로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6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장원준은 NC 다이노스 타선을 8⅔이닝을 10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두산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장원준은 "큰 경기를 자주 경험하고 이기는 경기를 하다 보니 자신감도 쌓였다"고 했다.

훌쩍 자란 장원준이 에이스 완장을 차고, 큰 무대 WBC에 나선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