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부금 어디 쓰이지?"…공익법인 평가 첫 공개

입력 2017-02-22 06:00
수정 2017-02-22 06:16
"내 기부금 어디 쓰이지?"…공익법인 평가 첫 공개

엉터리 공시 등으로 평가유보된 기관 1천665개

한국가이드스타, 공익법인 정보공개 투명성 등 평가

월드비전·굿네이버스·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162곳 최고평점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공익법인의 기부금 사용 내역 등의 정보공개 투명성과 재무 안정성 등을 조사 평가한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평가가 어려울 정도로 엉터리 공시를 해온 공익법인 등은 1천600개가 넘었다.

그동안 기부를 막는 최대 요인으로 기부자의 비영리단체에 대한 불신이 꼽힐 정도로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 요구는 끊이지 않았는데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공익법인 162곳은 최고 등급을 받을 정도로 정보공개의 투명성과 재무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단법인 한국가이드스타는 22일 자체적으로 만든 평가지표인 'GSK1.0'을 활용, 국내 공익법인들을 평가한 결과를 홈페이지에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해외 기부 선진국에서는 공익법인의 평가지표와 정보공유가 활성화돼 있다.

한국가이드스타는 기획재정부 인가 지정기부금단체로 국세청에서 공익법인 공시자료를 매년 두 차례 받는다.

이 단체는 이런 공시정보 등을 활용해 별점을 매겼고 공익법인 162곳에 최고 점수인 별점 5개를 줬다.

평가대상은 국세청에 의무공시하는 공익법인 8천585곳 중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학교법인과 의료법인, 설립 2년 미만 단체, 기부금 3천만원 미만 법인 등 6천32곳을 제외한 2천553곳이다.

이 중에서도 고유목적사업비 0원, 관리 및 모금비용 0원, 직원 수 0명으로 엉터리 공시한 법인 등 1천665곳은 평가를 유보했다.

나머지 888곳에 대해 별점 평가를 해 281곳은 별 5개, 603곳은 별 4개, 4곳은 별 3개를 받았다.

평가 만점 공익법인 중에서도 119곳은 항목이 일치하지 않는 등 불성실 공시 가능성이 크거나 외부회계감사 대상으로 증시서류가 누락된 법인이 있어 최종적으로는 162곳이 만점을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 중에는 사회복지법인이 58개로 가장 많고 학술·장학법인 29곳, 문화법인 18곳, 교육법인 6곳, 기타 51곳 등이었다.

사회복지법인에는 월드비전과 밀알복지재단, 한국펄벅재단, 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아대책, 굿네이버스 등이 포함됐다.

또 학술·장학 법인에는 서울장학재단, 한국금융연구센터, 역사문제연구소 등이, 문화법인에는 경기도문화의전당, 엄홍길휴먼재단 등이, 교육법인에는 대한럭비협회, 대한유도회 등이 있다.

한국가이드스타가 평가 결과를 공개한 것은 공익법인에 대한 투명성 제고를 통해 기부문화를 더욱 활성화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국내에서 기부문화 확산을 막는 최대 요인으로 기부자의 공익법인에 대한 불신이 꼽히고 있다.

'내가 내는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다'는 질문에 공익법인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익법인은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운영되는 조직으로 세금 면제 혜택도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공익법인이 자선 명목으로 사기나 비행을 저지를 경우 비영리 부문 전체의 성과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의 성금 유용 사건이 터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국민이 한푼 두푼 모아준 국민 성금으로 직원들이 유흥주점에서 술값으로 사용하는 등 비리가 드러나며 연말 불우이웃 돕기의 상징물인 '사랑의 온도탑'이 설치되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공익법인들의 투명성 확보와 신뢰성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채리티 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 '채리티 워치'(Charity Watch) 등 공익법인 조직을 평가하고 정보공개를 하는 기관만 170여 곳에 달한다.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은 "비영리조직들이 완전한 정보공개와 소통, 평가 노력 없이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비영리 부문으로 성장할 수 없다"며 "앞으로 비영리조직이 투명성과 책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이들의 정보를 이해 관계자들에게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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