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율 하락, 농업용수 사용 제한…"봄 가뭄 심상치 않다"
충남 서부 보령댐 3월 경계단계 진입…경기 일부 저수지 농업용수 제한
(전국종합=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봄 가뭄이 심상치 않다. 물 수요가 많은 농사철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물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22일 국민안전처, 국토부, 환경부 등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가뭄 예경보 3개월 전망치'를 보면 충남 서부, 경기도, 전라도 일부 지역에 경고등이 켜졌다.
보령, 서산, 당진, 홍성, 예산 등 충남 7개 시·과 전남 3개 시·군은 생활·공업용수가, 경기 안성과 충남 서산은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각각 예상됐다.
2015년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까지 했던 보령댐의 저수율은 당시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충남 서북부 식수원이다.
경기도 일부 지역 저수지는 저수율이 40% 미만으로 떨어져 올해 봄 못자리용 농업용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충남·전남 식수원 저수율 위험…수문 닫고 비축량 늘려
보령댐의 저수율은 21일 기준으로 17.7%까지 떨어졌다. 제한급수 조치가 내려졌던 2015년 11월 최저 저수율 18.9%보다 낮은 수준이다.
당시 보령댐 인근 8개 시·군은 1개월가량 정해진 시간에만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제한급수를 경험했다. 정부는 주민이 절약한 물만큼 돈으로 돌려주는 '절수 지원금제'를 운영했다.
지금 추세라면 보령댐 저수율이 현재 '주의단계'에서 3월 중순께 '경계단계'로 격상할 것으로 한국수자원공사는 내다봤다.
용수공급 주의단계가 되면 하천유지 용수 방류량을 줄이고, 경계는 하천유지 용수와 농업용수까지 줄인다.
보령댐은 지난해 8월 이후 하천유지 용수를 하루 평균 3.1만t에서 2만7천t(87%) 줄여 저수량을 비축 중이다.
공사는 물 부족에 대비해 보령댐에서 서천, 당진에 공급해 온 하루 3.1만t의 물을 대청댐과 용담댐이 공급하도록 급수체계를 변경했다.
전남 식수원인 평림댐 저수율도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쳐 지난해 12월부터 하천유지 용수를 80%나 줄였다.
영산강권 급수체계를 조정, 물 부족이 예상되는 평림댐 대신 주암댐 물을 하루 11만t씩 전남 정성, 담양, 함평에 대체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령댐의 가뭄 상황이 2년 전보다 심각하지만, 2년 전처럼 제한급수까지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수자원공사가 보령댐 저수율이 경계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3월 중순 보령댐∼금강 백제보 구간에 설치된 도수로를 가동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백제보에 모아 둔 금강 물을 보령댐에 하루 최대 11.5만t을 공급할 수 있어 충남 서북부 주민들은 농업·생활용수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금강 도수로 건설 이후 처음 겪는 가뭄에 대해 도수로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 농사철 앞두고 저수지도 비상…"못자리에 농업용수 공급 못 해"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농업용수 사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다목적댐이 가뭄에 대비해 물 비축량을 늘리려면 가장 먼저 하천유지 용수를 대폭 줄이는 만큼, 하천 주변에서 직접 물을 뽑아 쓰는 농가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농촌 저수지도 문제다. 경기와 충남의 일부 저수지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는 올해 봄 못자리용 농업용수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촌저수지 저수율은 예년평균(80%)보다 4% 정도 낮다. 특히 경기와 충남은 예년평균보다 20%나 낮은 수준이다.
농어촌공사 안성지사에 따르면 지역 19개 저수지(보조저수지 3개 포함)의 저수율은 50%로 지난해 같은 기간 90.5%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농어촌공사는 저수율 40% 미만 저수지의 경우 오는 4월 10일부터 5월 7일까지 못자리용 농업용수를 공급하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럴 경우 190만5천㎥(금광 131만3천·마둔 47만·두창 12만2천)의 농업용수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공사는 전망했다.
또 두창·마둔 저수지는 고압송수호스로 인근 하천에서 하루 2천800∼4천300㎥의 물을 퍼 올려 오는 5월부터 모내기용 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 봄 가뭄은 겨울비 부족 때문…당분간 큰 비도 없어
물 부족사태의 직접적인 이유는 겨울 강우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충남 서북부 식수원인 보령댐의 지난해 홍수기 이후 최근까지 강수량은 예년의 65%, 전남 평림댐은 예년의 84%에 각각 불과했다.
경기 용인과 안성 등도 최근 3개월간 강우량이 25㎜에 그쳐 예년 평균(6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봄 가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전지방기상청이 지난달 발표한 '대전·세종·충남 3개월 기상전망'에 따르면 충남 서북부 2월 강수량은 평년(30.7㎜)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3월에도 평년(49.4㎜)과 비슷하거나 적게 비가 내리겠고, 4월에는 평년(70.5㎜)과 비슷한 수준의 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현상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수량은 장기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당분간 우리나라가 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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