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3개가 한 자리에'…국내 최초 복합의료기관 탄생
인천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3월 2일 개원
의료진 호출 시스템·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
(인천=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 80대 중반 김영미(가명·여)씨는 얼마 전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낀 후 집에서 쓰러졌다. 다행히 아들이 곧바로 김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를 했고 김씨는 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심장내과 전문의가 진찰한 결과, 김씨는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3개 중 일부가 막혀 발생하는 심근경색으로 판명됐다. 김씨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 진단부터 수술까지 모든 치료를 이동절차 없이 한꺼번에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을 받은 후 병원에 입원한 김씨의 몸에는 '텔레모니터'라는 무선장비가 부착됐다. 담당 주치의는 이 장비를 통해 김씨의 심장박동수·산소포화도·부정맥 등을 24시간 관찰할 수 있고, 만약 김씨의 몸에 이상징후가 생기면 그 즉시 자동으로 의료진에게 호출 신호가 가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입원한 병동은 특실이 아닌 일반병동임에도 불구하고 4인실이었고 환자 간 감염을 막기 위한 유리 칸막이가 침대 사이마다 갖춰져 있었다. 심지어 간호사 1명이 병실 바로 앞에 상주하고 있어 김씨와 가족들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또 심장·뇌혈관 전문병원인 줄 알았던 의료기관에 안과·여성 질환 전문병원도 함께 입주해 있었다. 평소 백내장 증상을 갖고 있었던 김씨는 입원한 김에 아예 안과 치료를 같이 받기로 했다. 모든 병실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제공돼 아들 부부에게 간병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김씨의 걱정을 덜게 했다.
위 가상의 사례는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자리 잡은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이 갖춘 최첨단 의료 시스템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한 장면이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2015년 4월 착공 이후 1천300억원을 투입한 끝에 이번 달 공사를 마치고, 오는 3월 2일부터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간다고 21일 밝혔다.
연면적 3만8천738㎡에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건립된 이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심장전문병원'으로 지정한 세종병원의 분원이다.
의료를 뜻하는 메디신(Medicine)과 복합체를 뜻하는 콤플렉스(Complex)의 합성어 '메디플렉스'를 병원 이름에 넣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전문병원끼리 진료 비법을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전문병원끼리 특화된 진료 비법과 시스템을 공유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에는 전문병원인 한길안과병원과 서울여성병원이 진료에 동참하고 있어 환자가 굳이 다른 의료기관을 찾지 않아도 이곳에서 관련 질환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내외과센터·척추관절센터·치과·응급의료센터·건강증진센터·내시경센터·국제진료센터 등은 협력하겠다는 전문병원을 구하지 못해 자체 운영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병원의 주목할 시스템은 바로 '커넥티드 케어 솔루션'이다. 아시아 최초로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에 도입된 이 시스템은 중앙 감시 시스템과 의료진의 모바일 장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실시간 환자 상태 확인이 가능하다.
분과 초를 다투는 심뇌혈관질환자를 위해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있어 입원환자의 상태가 변하면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특히 326개 병상을 갖고 있지만,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음압 병상 13개를 보유해 환자 안전 및 감염 관리에 많은 공을 들였다. 종합병원의 음압 병상 구축 기준이 300병상당 1개이고, 추가 100병상당 1개인 점을 고려하면 꽤 많은 숫자다.
소아전용 입원 병동의 경우 아이들이 맨발로 병실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난방 시스템을 바닥에 갖추었고, 노을정원(5층)·햇살정원(7층)·빛의 정원(8~11층)·갤러리(지하 1층)를 곳곳에 배치해 환자와 보호자가 굳이 병원 밖을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운동과 산책을 할 수 있다.
박 이사장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각종 질환을 한꺼번에 앓을 수 있는 환자들이 의료기관 한 곳에서 치료를 받고 재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며 "일반병실 기준을 4인실로 구성하고 중환자실 침대 간격을 2m로 설정한 점도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이 가까운 곳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간호 스테이션'을 4인실 2곳에 하나씩 배치했다"며 "입원환자의 진단과 수술을 하나의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고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보유했다는 점도 우리 병원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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