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러시아대사 급서 애도…"뛰어난 외교관이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한국 대선 불출마 선언 후 대외활동을 자제해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냈다.
비탈리 추르킨(64)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가 이날 오전 심장마비로 급서한 비보를 접하고 전직 사무총장 자격으로 유엔을 통해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반 전 총장은 "추르킨 대사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았고 정말로 슬펐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던 10년 동안 그와 함께 일했던 것, 그리고 열정과 헌신으로 러시아 정부를 대표했던 그를 지켜본 것은 영광이었다"면서 "고인은 뛰어난 외교관이었고, 지적으로도 탁월했다"고 기렸다.
또 "고인의 외교 능력, 순발력 있는 위트와 유머는 그를 아는 사람들과 앞으로 유엔의 역사를 연구할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러시아 정부와 유가족에게 조의를 전하면서 "고인이 평화 속에서 영면하기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2007년 1월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반 전 총장과 2006년 4월 부임한 추르킨 대사는 10년 넘는 임기가 고스란히 겹쳤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비롯한 다른 회원국 대사들은 2∼3년마다 바뀌었지만, 러시아 외교부의 몇 안 되는 '유엔통' 추르킨은 유엔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줄곧 함께 일했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2주일에 한 번씩은 두 사람이 독대하면서 현안을 협의했다. 인간적으로나 업무에서나 굉장히 가까웠다"며 "시리아 사태 등 국제 현안에서 어쩔 수 없는 이견도 있었지만 그래도 서로 좋아하고 존경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와 추르킨 대사의 부인 이리나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추르킨 대사에 대해 "업무에서는 냉정하고 가차 없는데 개인적으로 만나면 그렇지 않았다.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유엔 무대에서 '러시아의 얼굴'로 통했던 추르킨 대사는 이날 오전 러시아 대표부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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