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스키점프 강풍 취소는 '일상다반사'
21일 노멀힐 개인전 22일로 연기
평창 스키점프 월드컵도 강풍 영향으로 점프대 변경하기도
(삿포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스키점프는 새가 되고 싶은 인간이 언덕을 시속 100㎞에 육박하는 빠른 속도로 내려온 뒤 가능한 한 멀리 뛰는 선수가 이기는 종목이다.
중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용감한 자'들의 전유물인 스키점프지만, 이들도 자연 현상만은 어쩔 수 없다.
특히 바람은 이들의 비행을 도와주기도, 때로는 방해하기도 하는 중요한 변수다.
21일 일본 홋카이도현 삿포로 미야노모리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17 동계아시안게임 스키점프 노멀힐 경기는 인간이 자연에 굴복한 현장이다.
'눈의 나라'라는 삿포로의 별명답게 미야노모리 스키점프 스타디움에는 오전 이른 시간부터 강한 바람과 함께 눈이 내렸다.
눈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지만, 바람만큼은 오전 내내 심술을 부렸다.
심판진은 두 차례나 경기 시간을 조정해가며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오전 11시 30분경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이날 취소된 경기는 2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스키점프는 역풍보다 순풍이 더 위험하다.
적당한 역풍은 비행하는 물체를 위로 뜨게 만드는 양력을 일으키는 데 도움되지만, 강한 순풍은 선수 안전까지 위협할만한 달갑지 않은 존재다.
미야노모리 스키점프 스타디움의 착륙 지점에는 비교적 바람이 잠잠했지만, 점프대에는 강풍이 방향을 바꿔가며 그치지 않아 경기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5명의 심판 중 한 명으로 대회에 참가했던 이재권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설상베뉴매니저는 "스키점프 대회에서 바람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앞서 14일부터 16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월드컵도 바람 때문에 애를 먹었다.
알펜시아가 자리한 대관령 골짜기는 원래 바람이 강한 곳으로 이름났고, 주위에서 풍력발전소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조직위는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바람의 영향을 줄이려고 점프대 뒤로 방풍막을 설치했다.
14일과 15일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16일에는 강풍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바람이 강해 남자 라지힐 경기를 노멀힐로 옮겨 치르기도 했다.
이 매니저는 "방풍막을 설치한 덕에 (강풍 주의보 속에서도)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바람의 영향을 분석해 올림픽을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키점프대를 오가며 2시간가량 대기했던 한국 대표팀 선수들도 바람으로 인한 경기 취소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철수해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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