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선의 공방' 이은 '분노 논쟁'…安사과로 일단 '쉼표'(종합)

입력 2017-02-21 18:27
수정 2017-02-21 18:29
文-安 '선의 공방' 이은 '분노 논쟁'…安사과로 일단 '쉼표'(종합)

"둘다 같은 얘기"…安 사과에 文 "국민 마음 잘 헤아린 말"

경쟁과정서 재연 가능성…'서로에 대한 확장 자극제'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에서 시작해 '지도자의 분노'로 전선으로 옮겨붙었던 문재인 전 대표와 안 지사간 논쟁이 21일 일단 봉합됐다.

안 지사가 이날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몸을 낮추고, 이에 문 전 대표도 적극적으로 화답하면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두 '적자'는 잠시 긴장관계를 거둬내고 '아름다운 경쟁'을 내세운 화해모드의 복원을 시도하는 듯한 모양새이다. 두 사람 다 "결국 같은 얘기였다"며 불길을 껐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을 겨냥해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빠져 있다"며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안 지사가 캠프 인사들에게 "광화문 광장에 앉아있을 땐 나도 열 받지만, 지도자로서의 분노라고 하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이 나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간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안 지사의 '피바람' 언급에 대해 "지금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이라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는가"라고 다시 응수했다.

몇시간 후인 이날 오후 안 지사는 행사장에서 그것이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건 아무래도 많은 국민께 다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제 예가 적절치 못했다"며 사과했다.

이 소식을 들은 문 전 대표는 곧바로 "국민 마음을 잘 헤아린 그런 말"이라며 "처음부터 안 지사는 통합을 강조한 것이었고, 그것을 강조하다보니 말이 좀 꼬이면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안 지사가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기도 하지만, 정의의 마지막 마무리는 역시 사랑"라고 한데 대해서도 "아주 적절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분노가 깊을수록, 사랑도 깊다"며 "분노가 맹목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제대로 발전시키는 그런 동력으로 승화시켜야 된다. 안 지사의 말도 결국 그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표출된 두 사람의 간극은 촛불민심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선명성을 통해 야권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는 문 전 대표와 '통합'과 '협치'를 내세워 중도로의 확장에 나서온 안 지사의 차이와도 무관치 않다.

서로를 존중하며 '선을 넘는 비판'을 자제하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근본적 인식차가 해소된 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경쟁 과정에서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안 지사는 이날 문 전 대표와 자신의 이야기가 '같은 얘기고 같은 맥락'이라면서도 "저는 분노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제가 표출하기보다, 대한민국의 모든 갈등을 해소·해결하려는 자리에 도전한다"며 사람에 대한 '이해'와 '대화'를 내세워 차별화에 나섰다. 문 전 대표가 강조한 '분노'는 '정의'의 출발지점이라면 그 종착점은 '사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지층이 엇갈리는 두 사람의 경쟁이 역설적으로 각각의 영역 확대를 위한 자극제가 되는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야권 안팎에서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태고종, 진각종 종단을 잇따라 예방, "보복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더 협치하고 통합을 추구하는 그런 식의 정치를 하겠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이 통하지 않는 세상 아닌가. 보수와 진보가 어디 있겠는가. 이젠 '실사구시'가 돼야 한다", "갈등이 심한 사회에서 그런 것을 치유하고 화합하는 게 정치가 해야할 몫"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는 전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적폐 청산, 국가 대개조의 대의에 뜻을 함께 한다면 여권 인사도 차기 정부의 각료로 발탁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선의 발언' 파동으로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 이탈 가능성에 비상이 걸린 안 지사로선 문 전 대표가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집토끼'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상황이 이틀 만의 공개사과의 장으로 그를 불러들인 셈이 됐다. 그는 이날 '불의에 분노할 수 있다는 건가'라는 질문을 받고 "물론이죠"라고 힘주어 답했다. 안 지사는 지난 19일 부산대에서 열린 '즉문즉답' 행사에서 전직 대통령을 평가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누구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 발언의 취지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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