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논란 가열…'경영권방어' 쟁점 부상

입력 2017-02-21 10:47
수정 2017-02-21 14:25
'상법 개정' 논란 가열…'경영권방어' 쟁점 부상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민경락 기자 = 야당이 상법 개정안의 2월 국회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장치'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제단체들은 현재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이 대주주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투기자본의 경영권 개입을 막아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법개정 때 경영권 방어제도도 같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경영권방어 수단, 차등의결권·포이즌 필

21일 재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경영권방어 수단으로는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Poison Pill) 제도 등이 거론된다.

차등의결권은 1개의 주식마다 1개의 의결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자는 제도이다.

미국은 적대적 M&A가 만연했던 1980년대 많은 기업의 요구로 1994년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다만 기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소에서는 차등의결권 주식의 상장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국가는 명시적으로 복수의결권 주식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리스, 스페인 등은 개별 회사 차원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이 가능하다.

'독약 처방'이란 뜻의 포이즌 필 제도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으면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포이즌 필이라는 용어는 원래 스파이가 체포될 시점에 스스로 입안에 독약을 물고 자살한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것이다.

'기업사냥꾼'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반면 주식의 헐값 발행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하므로 '독소처방'으로 평가받는다.

포이즌 필은 이전에도 도입을 시도하다 무산된 적 있다. 정부는 2008년 경영권 방어법제개선위원회를 구성, 이듬해 포이즌 필 도입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당시 재벌기업의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와 국회 반대로 무산됐다.



◇ "적대적 M&A 방어에 필요" vs "경영권 위협 부풀려져"

재계에서 경영권방어 수단 도입을 주장하는 논리는 "국내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을 개방하며 적대적 M&A 공격수단에 대한 규제는 대폭 완화된 반면, 이에 상응하는 방어수단은 도입되지 않았다"(한국경제연구원)는 것이다.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되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 하기 힘든 환경이 될 것"(대한상공회의소)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재계는 2003년 헤지펀드 소버린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직후 SK 주식을 집중 매입, 2대 주주가 된 후 경영권 퇴진을 요구하다 1조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후 철수했던 사례를 증거로 제시한다.

2006년 칼 아이칸이 기습적으로 KT&G[033780] 주식 5.69%를 매집, 2대 주주로 올라선 후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 1천500억원의 매도차익을 실현한 후 철수한 적도 있다.

기재부는 일단 전날 유 부총리가 언급한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과 관련, "상법개정안에 대해 국회에서 균형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한발 물러섰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다른 개정안과 함께 경영권방어제도 도입을 다룬 정갑윤 의원 발의안도 다뤄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의 입장은 유 부총리와 재계의 생각과는 다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5일 상법개정을 촉구하는 논평에서 "(재계가 주장하는 경영권 위협 가능성은) 모든 외국인 주주들이 연합한다는 '가정'이 성립될 때에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투자 목적이나 투자 패턴이 각기 다른 외국인 주주들이 연합해 단일하게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가정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상법개정은 기업의 자율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상법을 통한 시장 친화적 규율이 작동하지 않으면 사전 행정규제나 사후 형사 처벌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에는 더 '나쁜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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