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하려면 연금 크레딧 도입해야"
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전문가 네트워크 성과확산세미나
"재정권한 배분, 행정부에 편중됐다는 근거 없어"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노후소득을 보장할 방안으로 '보편적 연금 크레딧'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21일 세종국책단지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린 '2017 재정전문가 네트워크 성과확산 세미나'에서 공적 노후소득 보장강화 방안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크레딧은 보험료 납부 이력이 있는 가입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기간에도 정부가 보험료를 일부 지원해줘 국민연금 가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크레딧이 도입되면 가입자가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납입 기간인 10년을 좀 더 쉽게 채울 수 있어 연금 수급권이 강화될 수 있다. 국내에선 출산 크레딧·군 복무 크레딧이 도입돼 시행 중이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 국민연금은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있어 노후소득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가입 기간이 긴 고소득층일수록 높은 급여를 받는 역진적인 구조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고소득층과 특수직역연금가입자를 제외하고 20∼29세 청년층과 55∼64세 장년층을 대상으로 청년기와 장년기의 5년간 급여 크레딧을 부여하고 이후 5년간은 최저 보험료의 50%를 매칭 지원하는 방식으로 보편적 연금 크레딧 도입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재원 소요가 클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대신 기초연금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재원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보험료 납입기준소득 상하한 조정안에 대해 발표한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현행 국민연금 하한액이 평균소득월액의 13% 수준에 불과해 최저임금은 물론 1인 기준 최저생계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최소한 51만원을 하한선으로 설정해 단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중상층에 대한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성이 취약하므로 보험료 상향 조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 재정 등을 고려해 평균소득월액의 2.5배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장은 '예산과정에서의 행정부-입법부 권한 배분:주요국 법 제도 비교 및 시사점'이란 발표에서 최근 개헌논의 가운데 미국처럼 국회 재정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대표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재정권한 배분을 검토한 결과 "미국만 제외하고 모든 국가가 우리나라와 동일한 양상"이라고 밝혔다.
법안 발의권은 의회와 정부에 있고 예산안 편성권은 정부에 있는 형식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법안 발의권이 의회에만 있고 형식적으로 의회에서 세출법안을 발의하는 미국과 같은 방식은 극히 예외적이기 때문에 같은 대통령제라고 해서 미국의 재정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의 재정권한 배분이 행정부에 편중됐다고 판단할 근거도 없으며 증액동의권은 오히려 일부 취약한 편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재정법·제도분과와 복지·의료분과 두 세션을 놓고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이 개회사, 조규홍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축사를 했고 정해방 건국대 교수,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본부장, 김중권 한국공법학회 회장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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