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선의' 발언에 야권 '시끌'…安 진화에도 파장 이어져(종합)
국민의당 "바닥 드러내…가벼운 입" 비판…文측 "국민 마음에 상처주면 안돼"
캠프 내에서도 "유권자 이유 있는 비판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홍지인 박경준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의 이른바 '선한 의지' 발언을 놓고 20일 야권에 파장이 가라앉지 않았다.
안 지사가 전날 부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전직대통령들을 평가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겠지만 결국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라며 "K스포츠·미르재단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 대기업의 좋은 후원금을 받아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서다.
논란이 일자 안 지사는 이날 대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본인께선 좋은 일을 하려고 했다고 자꾸 변명하시니, 그 말씀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그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안 지사에게 빼앗긴 중도층 회복이 급선무인 국민의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와 정의당 등 야권 전체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난번에는 보수를 겨냥해 대연정을 얘기하더니 이번에는 박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그때그때 달라지는 안 지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의 정치이념이 바닥을 드러낸 것 같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장진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뇌물과 특혜의 정경유착, 강요로 생성된 미르·K스포츠 재단을 긍정하는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라며 "신문방송에서는 보수의 얼굴을 했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진보의 얼굴로 바꾸는 아수라 백작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손금주 최고위원은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재판에서 대통령측이 주장하는 내용을 민주당 대선후보 입을 통해 듣게 된 것"이라며 "너무나도 가벼운 입에 실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국정농단 사건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다 안 지사가 집권이라도 하게 되면 박 대통령을 사면하는 건 아닌가라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다른 후보 캠프를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졌다.
최근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진성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선거전략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이미 명백히 드러나고 확인된 의도까지 선의로 간주하는 것은 우매하거나 무감각한 것이다. 헌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자들의 '선의'를 철학적으로 설파하려는 것에 결단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한 최성 고양시장은 페이스북에 "아무리 박근혜 국정농단세력의 표가 탐나더라도 나가도 한참 나갔다"며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지금 당장 촛불광장에 나가, 중·고등학생 우리 아들 딸과 유모차 끌고 있는 어머님들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트위터에 "박근혜가 선한의지는 있었으나 법을 안지켰다고? 박근혜는 자신이 왕이고 법위에 군림한 의지다. 악한 의지"라고 반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3남인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은 페이스북글에서 "이 분은 극악무도한 자들에게도 자비를 베푸는 '성인군자'를 국민이 찾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같은 뿌리를 둔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자칫 친노(친노무현) 적자 간 충돌로 비치면서 야권의 파이 자체를 왜소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인 지사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공보단장인 박광온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발언은 좀 과한 것으로 본다"며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의 경우 불순한 의도로 출발했다는 점이 특검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나. 안 지사가 불순한 기획에서 출발한 것을 선의라고 평가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권력을 자신의 이익에 사사롭게 사용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을 심판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 나온 촛불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에 합류할 예정인 이춘석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우리당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도와 보수 쪽에 포인트를 두다 보니 그쪽을 옹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소지를 남기고 있는 것 같다.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노무현 정부를 끝까지 따라다녔던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딱지는 다름 아닌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항변성 반어법 표현에서 유래한다"며 "정치인의 발언은 직설법이건 반어법이건, 그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 측 내부에서도 지적의 목소리가 있었다.
안 지사 캠프에서 활동 중인 이동학 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은 페이스북에 "유구무언. 뚜벅뚜벅. 유권자들의 이유 있는 비판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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