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사고치면' 부통령·장관이 '수습'…美 '투트랙 외교'

입력 2017-02-20 13:20
트럼프가 '사고치면' 부통령·장관이 '수습'…美 '투트랙 외교'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의 외교정책은 대통령이 멋대로 막말을 해대면 부통령과 각료들이 동분서주하면서 수습하고 대통령도 이를 '묵인'하는 "투 트랙" 패턴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0일 평가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미국 부통령은 지난 18일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안심하라. 미국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강력히 지지한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펜스 부통령은 글로벌위협 중 나토에 직접적 위협인 러시아를 거론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관련, "미국은 러시아에 설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뮌헨안보회의는 유럽 각국 정상과 국방장관들이 모인 자리다. 의장을 맡은 볼프강 이싱거 전 주미독일대사는 개막연설에서 "우리 모두가 지난 수 주 동안 품어온 의문에 미국이 대답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미국은 대체 뭘 하려는 거냐"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나토를 "시대에 뒤졌다"고 폄훼하고 회원국들은 응분의 군사적 부담을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집단방위의무를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우크라이나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러시아의 환심을 사려는 시도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이 맡은 '역할'은 유럽 각국에 확산한 동요를 진정시키는 일이었다.

펜스 부통령뿐이 아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유럽을 방문했다. 매티스 장관은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회원국에 부담증가를 압박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다. 모두가 미국의 의도를 알고 안심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다독였다.

러시아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조적으로 "러시아의 민주주의를 해치는 행동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단방위를 규정한 나토 조약 제5조를 "바위처럼 단단하다"고 표현하고 "우리는 지금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사히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막말을 거듭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별도로 펜스 부통령과 각료 등이 동맹국과의 기존약속을 확인하고 돌아다니는 역할을 맡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묵인하는 "트럼프 외교"의 구도라고 지적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선택했다. 그는 방위비 분담과 관련한 현지 주둔 미군의 억지력 유지에 관한 트럼프의 발언에 경계심을 품고 있는 양국 안보관계자들에게 기존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확인했다.

아사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0일 이뤄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매티스 장관의 노선"이 그대로 반영돼 방위비 문제 등은 거론하지 않은 채 밀월관계를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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