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싸움을 걸어왔다'…反과학에 맞서 거리 나선 과학자들

입력 2017-02-20 10:37
'트럼프가 싸움을 걸어왔다'…反과학에 맞서 거리 나선 과학자들

보스턴에서 집회 "과학을 보호하고, 미국을 다시 현명하게 만들자"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미국 과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반(反)과학 정책에 맞서 거리로 나섰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과학과 연구활동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와 시민 1천여 명이 19일(현지시간) 보스턴시 코플리광장에 모여 기후변화 같은 실증된 현실을 인정하고 '객관적 정보'에 바탕해 관련 정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20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과학 옹호 집회'라는 이름의 이번 행사는 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한 과학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트럼프 정부의 반과학적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마련한 첫 공동집회이자 오는 4월 수십만명 이상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과학자 집회의 예고편이다.

하버드,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들이 즐비한 보스턴에서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총회가 열리는 것에 맞춰 개최된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객관적 현실은 존재한다' '미국을 다시 현명하게 만들자' '과학자들은 진실을 추구하고 세계를 구한다' 등의 플래카드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 중 한 명인 하버드대학 과학사가 나오미 오레스케스는 "우리는 과학을 정치화하지 않았고, 우리가 싸움을 먼저 걸지 않았다"며 트럼프 정부의 반(反)과학정책이 문제임을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 후) 과학자들이 공격당해온 것은 뭔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올바른 일을 했기 때문"이라며 과학연구결과를 '정치적으로 불편'해 하는 측이 정치적 목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은 진짜'라는 팻말을 든 IT 매니저 앤 루키는 "여기 모인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는 다양하지만 과학에 대한 확신과 증거에 입각한 연구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와 그가 지명한 인사들이 기후변화와 이런 환경문제가 주로 인간 탓이라는 과학적 합의를 자주 부인해왔고 과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며, 각종 연구 데이터들을 정부 사이트에서 삭제토록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스콧 프루이트가 환경청장에 임명된 것을 비판했다. 프루이트는 과거 지구온난화 및 이런 환경재앙이 인간 때문이라는 증거에 회의를 표해왔으며,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 재직 6년동안 환경청(EPA)의 규정을 문제 삼는 소송을 14건이 제기했다.

그는 지난달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지구온난화가 거짓말이라는 트럼프의 과거 발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혀 가까스로 청문을 통과했다.



AAAS 신규회원 가입자가 대선 이후 전년 동기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도 백신 회의론자인 변호사를 백신안전위원장으로 임명하기도 한 트럼프 정부의 반과학정책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계 내부에선 이날 행사, 특히 4월22일 있을 '과학자 행진' 행사가 전체적으로는 잘 진행되고 있으나 엘리트주의나 당파주의적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일반 시민의 참석을 많이 유도, 과학축제'로 이끌어야 한다는 등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AAAS 총회장에선 한 청중이 "미국이 파시스트 치하 독일로 변하고 있다"고 말해 과학계 원로 커트 고트프리드가 너무 앞서간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난 당신이 말하는 일을 겪었다"면서 "그러나 사실을 과장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미국은 1938년의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MIT 교수인 1925년 오스트리아 빈 태생으로 나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환경 단체 '참여 과학자 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UCS)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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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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