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용의자 놓친 말레이, 리정철 조사로 '北 소행' 밝힐까

입력 2017-02-20 10:19
수정 2017-02-20 15:55
핵심용의자 놓친 말레이, 리정철 조사로 '北 소행' 밝힐까

신병확보 용의자들, 혐의 부인…北 배후 확인 어려움 예상

리지우 등 단순 연루자 추적 등 주변 수사에 총력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이미 도피해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말레이시아 경찰이 신병을 확보한 용의자들을 통해 이번 사건의 배후를 밝힐수 있을지 주목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암살 사건 발생 당일 출국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의 신원을 공개하고, 인터폴 및 관련국과의 공조를 통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인도네시아와 두바이·러시아 등을 거쳐 지난 17일 북한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신병 확보가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경찰은 현베트남 여권 소지자인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 등 김정남 암살을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2명의 외국인 여성과 지난 17일 체포한 북한 국적의 리정철(46)의 진술에 의지해 수사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도안과 아이샤 등 사건 발생 초기에 검거된 여성 용의자들은 경찰에서 장난 영상을 촬영하는 줄 알았다며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여성 용의자들이 단순한 실행역할로서 범행 의도를 몰랐다면, 이들에 대한 조사로 범행 전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또 북한 국적 용의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체포된 리정철에 대한 수사도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중문 매체 중국보(中國報) 등에 따르면 경찰이 유일하게 신병을 확보한 북한 국적 용의자인 리정철도 "나는 아니다. 암살에 관여하지 않았고 김정남을 죽이지 않았다"면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위해선 리정철의 자백이 절실해 보인다. 하지만, 리정철이 끝까지 입을 다물고 부인으로 일관한다면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의 수사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리정철이 이미 도주한 북한 용의자 4명이라는 암살단을 지원하는 역할만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범행을 실행할 여성 용의자들을 포섭하고 독극물 제조라는 '실무'적인 일에만 관여하고, 김정남 살해 지시를 내린 '윗선'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리정철이 자백한다고 해도 사건 전모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번 사건에 북한이 개입한 정황을 다수 확보했으나,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19일 사실상 중간수사발표에서, 사건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지 않으면서도 "범행 용의자들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우선 여성 용의자들이 독극물 공격을 감행할 당시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장갑·헝겊·독극물 등 이른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확보해 용의자들의 범행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일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범행 당시 폐쇄회로TV 화면을 보면 도안으로 추정되는 여성은 공항 출국장 무인발권기 근처에서 김정남의 얼굴을 헝겊 또는 장갑 등으로 감싸는 행동을 한 게 목격됐다.

또 한편으로는 범행을 부인하는 리정철 등을 설득해 자백을 유도하는 한편, 리지우(30)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2명의 남성을 비롯해 이번 사건 연루자들을 추적하는 등 주변 수사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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