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짐바브웨 대통령 내년 대선 도전 시사…"대체자 없다"
1980년부터 37년째 장기집권…부인 "국민, 죽은 남편 시신에도 투표할 것"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아프리카 짐바브웨를 37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내년
대선에 또다시 출마할 뜻을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은 오는 21일 자신의 93번째 생일을 앞두고 이날 자국 국영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과 짐바브웨 국민은 다음 선거에서 나를 대체할 어떠한 후계자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고령 지도자로 꼽히는 무가베는 이어 "그들은 내가 대선에 나오길 원한다"며 "국민 다수도 자신들이 수용할 수 있는 대체자나 후계자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 나는 은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내년 대선이 치러질 때 그의 나이는 94세가 된다.
무가베가 2018년 선거에서도 승리할 경우 5년 더 집권하게 돼 99세까지 대통령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그가 지금까지 농담조로 얘기해 온 '100세까지 대통령을 하겠다'는 공언이 거의 이뤄지는 셈이다.
무가베의 부인인 그레이스 무가베(51)는 지난 17일 "무가베는 죽은 후에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며 "당신은 국민이 시신상태인 무가베에게도 투표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짐바브웨 독립 투사 출신의 무가베는 1980년 총리중심제의 초대 총리에 올라 정치적 실권을 잡은 뒤 1987년 대통령제를 채택, 스스로 대통령에 취임해 장기 집권을 이어왔다. 그는 그동안 후계자나 은퇴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려왔다.
앞서 집권당인 ZANU-PF은 지난달 무가베 대통령을 2018년 차기 대선의 집권당 단일후보로 확정했다. 그러나 당내 일부 세력은 무가베의 집권 연장을 바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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