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찍고 온라인서 작품 알리고…SNS로 대중화하는 미술

입력 2017-02-20 08:30
인증샷 찍고 온라인서 작품 알리고…SNS로 대중화하는 미술

'아트테이너' 증가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층에 마련된 '미각의 미감' 전시장.

김동환과 바스 스티티겐, 스테파니 리틀러 작가가 만든 이동식 부엌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유심히 지켜보던 차모(30)씨가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찍었다. 차 씨는 "커피 관련 일을 하는데 커피 내리는 작업이 흥미로워서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에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 주변에서도 혼자 혹은 둘씩 방문한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연신 전시장 풍경을 담고 있었다. 전시를 안내하던 직원은 "꽃수레나 곡물이 담긴 유리병 진열대가 촬영 1순위 장소"라고 설명했다.

사진 한 장을 남기고자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카페나 식당에서 촬영하듯이, 전시된 작품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대중화하는 미술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술관도 '예술을 인증하는 시대'에 발맞춰 촬영 불허 원칙을 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한 대림미술관 분관인 디뮤지엄은 2015년 12월 개관 때부터 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찰칵'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디뮤지엄이 개관 1년여 만에 '핫 플레이스'가 된 데는 SNS 인증샷에서 시작된 입소문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9일 시작한 사진전 '유스(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는 열흘 만에 관람객 2만 명을 돌파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미각의 미감'을 비롯한 일부 전시는 촬영을 허용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20일 "작가가 허락하는 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관람객들이 SNS에 사진을 올리면 자연히 홍보 효과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업체 다음소프트가 최근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게시된 블로그(6억9천 건), 트위터(104억 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술관과 함께 언급된 '인증샷'이라는 단어는 2012년 1천427건, 2014년 2천927건, 2016년 3천106건으로 증가했다.



아트테이너, 즉 미술로도 영역을 넓힌 연예인이 증가한 것도 사람들이 미술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가로도 활동하는 배우 구혜선과 가수 이혜영은 SNS에 작품 사진과 전시회 소식 등을 싣는다. 배우 유아인도 자신이 디렉터를 맡은 창작자 그룹의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종종 올린다.

SNS가 변화시킨 건 대중만이 아니다. 작가들도 작품을 알리는 창구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직장인 신모(34) 씨는 틈날 때마다 네이버의 창작물 공유 플랫폼인 그라폴리오에 접속한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작가가 일러스트와 회화, 사진, 캘리그라피, 공예품을 자유롭게 올린다.

tvN 예능 프로그램 '신혼 일기' 타이틀 영상을 제작한 만화가 '재수의 연습장'은 작품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누리꾼들과 소통하면서 더 유명해진 경우다.

SNS를 창작 소재로 활용하는 작가도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송은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인 노상호는 인터넷에서 채집한 이미지를 활용한 작업으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다.



물론 SNS를 타고 번지는 미술 대중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SNS 인증샷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히려 작품 감상에 불편을 느낀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청춘의 열병' 관람객은 네이버 관람평에 "인스타용 사진 찍기에 바쁜 사람들로 시끄럽고 관람에 방해를 받을 여지가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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