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앤 나이스!"…칭찬 쏟아진 강릉아이스아레나
'세계의 높은 벽' 실감한 한국 선수들…최다빈 '가능성 입증'
(강릉=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매우 좋고 화려한 시설입니다. 빙질도 완벽하고요."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페어 종목에 나선 한국의 지민지-테미스토클레스 레프테리스 조를 지도하는 '왕년의 피겨요정' 남나리(미국명 나오미 나리 남)는 대회가 치러진 강릉아이스아레나의 느낌을 묻자 활짝 웃으며 칭찬을 늘어놨다.
지난 16일 페어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남나리 코치는 "매우 좋고 크고 화려합니다(So nice, so big, so glamorous)"라며 "빙질도 완벽합니다"라고 엄지를 '척'하고 들어 올렸다.
그는 "1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종목이 열리는 강릉아이스아레나를 둘러보고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남나리 코치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 나선 선수들 모두 강릉아이스아레나의 빙질과 시설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아이스댄스에 나선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캐나다) 조는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경기장"이었다고 말했고, 마이아 시부타니-알렉스 시부타니(미국) 조 역시 "경기에 적합한 빙질이다. 시설도 좋아서 부족한 게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릉아이스아레나는 최첨단 시설이 적용됐다. 제빙 자동조절시스템을 통해 얼음의 온도를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 얼음의 두께 편차도 ±3.5㎜로 유지해 선수들이 어느 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도 안정된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했다.
피겨에 적합한 얼음의 두께는 5㎝다. 한 번 물을 뿌려서 얼리는 얼음의 두께는 0.2㎜다. 5㎝의 두께를 만들려면 250차례의 얼음 얼리기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강릉아이스아레나의 얼음은 두 명의 '아이스 테크니션'이 협동해서 관리한다. 배기태(54) 씨와 코리 포트너(38·미국)가 주인공이다.
포트너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장에서 행사도 몇 번 치러봤는데 거기랑 비교해도 크게 뒤질 건 없다"며 "1급 경기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장 시설은 뛰어나지만 국내 선수들은 4대륙 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홈 무대에서 홈 팬들의 열렬한 박수와 찬사를 받는 것은 '태극 전사'들에게도 기쁜 일이지만 '피겨퀸' 김연아의 현역 은퇴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힘을 발휘할 선수가 제대로 없다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평창올림픽을 내다보고 시작한 국내 페어와 아이스댄스 팀들의 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나 다름없다.
아이스댄스에 나선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8위를 차지한 민유라-알렉산더 게멀린 조의 총점은 144.69점이었다. 우승한 버추-마이어 조의 총점(196.95점)과는 52점 이상 차이가 난다.
4대륙 대회에서 빠진 유럽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톱10' 진입의 꿈은 멀기만 한 게 현실이다.
페어 종목은 더 열악하다. 중국의 쑤이원징-한충 조가 225.03점으로 우승했는데,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12위)에 오른 김수연-김형태 조의 점수는 140.68점으로 무려 84점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여자 싱글에서는 그나마 최다빈(수리고)이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상급 선수들과는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고, 남자 싱글 선수들 역시 올림픽 메달권 선수들과 점수차가 80~90점이나 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hor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