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주 연속 '겨울 백악관' 찾아…팜비치 상인들 '울상'

입력 2017-02-19 01:37
트럼프 3주 연속 '겨울 백악관' 찾아…팜비치 상인들 '울상'

대표적인 겨울 휴양지 팜비치 '반짝 영업' 차질

마라라고 회원들만 반색…가입비 2배 뛰어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본인 소유의 고급 휴양지 '마라라고' 리조트를 찾았다.

취임 한 달 새 3번째로, 3주 연속 주말 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요일인 18일(현지시간) 오전 트위터 계정에 "이번 주말 '남쪽 백악관'에서 많은 미팅이 있을 것이다. 오후 5시에는 연설이 있다. 말할 게 많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각료 후보자 면담을 포함해 주요 일정을 소화하고, 취임 후에도 자주 방문하면서 마라라고는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주말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차로 10분 거리인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골프 라운딩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찬을 했고, 골프 회동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쪽 백악관'이라는 표현과 함께 회의와 연설 일정을 소개한 트윗을 올린 것은 '국정 수행'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마다 마라라고를 찾으면서 팜비치 주민은 교통 통제, 헬기 소음 등 일상의 불편 뿐 아니라 생계 걱정까지 토로하고 있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이 전했다.

팜비치는 북부 지역에 사는 미국인들이 추위를 피해 찾는 대표적인 겨울 휴양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행차가 '반짝' 영업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다.

경비행기에 대형 현수막을 달고 팜비치 일대 상공을 도는 광고업을 하는 '스카이워즈' 사가 대표적이다.

마라라고에서 10㎞ 떨어진 '팜비치 카운티 파크' 공항이 주말마다 폐쇄되면서 이 회사의 비행기들이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호르헤 곤살레스 씨는 "비즈니스의 97%가 주말과 공휴일에 발생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마다 오면서 아예 일을 못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비행기 운항 교습소, 경비행기 관광 등 이 공항을 기반으로 한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올해만 수백만 달러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도로가 통제되면서 이용객이 감소한 팜비치 시내 유명 식당과 쇼핑몰도 울상이다.

팜비치 카운티 경찰 당국도 "벌써 경찰들의 추가근무수당이 150만 달러를 넘었다"며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있다고 NPR은 보도했다.

팜비치 상인연합회장 마리 헤링 씨는 "알다시피 영업시즌은 겨울 한 철뿐인데, 앞으로 4년, 길게는 8년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소상인들의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반면 마라라고 리조트의 회원들은 반색하고 있다. 가입비가 20만 달러(약 2억4천만 원)에 연간 1만4천 달러의 회비를 내야 회원 자격이 유지되지만, 대통령을 가까이서, 그것도 자주 보는 '특권'까지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마라라고 회원인 보스턴의 사업가 리처드 디에가지오 씨는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찬을 하던 중,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양국 관계자들이 즉석 회의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한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을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디에가지오 씨는 한 장교와 찍은 사진도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핵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마라라고 가입비는 원래 10만 달러였으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20만 달러로 두 배 뛰었다.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라라고 북 미사일 대책회의'에 대해 보안 불감증 우려를 나타내고 백악관을 상대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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