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은퇴 심정 고백 "함께 걸어준 모두에게 감사"

입력 2017-02-18 22:44
손연재, 은퇴 심정 고백 "함께 걸어준 모두에게 감사"

리듬체조 요정, 오늘 은퇴 전격 발표

그녀가 걸어온 길이 바로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정든 포디움을 떠나는 손연재(23·연세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은퇴 심경을 밝혔다.

손연재는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끝나서 너무 행복했고, 끝내기 위해서 달려왔다. 그래도 울컥한다. 아쉬움이 남아서가 아니다.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고 썼다.

글 옆에는 손연재가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리듬체조 개인종합 마지막 종목인 리본 연기를 마치고 리본에 입맞춤하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는 "17년 동안의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의미 있었고, 내가 얼마나 많이 배우고 성장했는지 알기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손연재는 모든 것을 다 바쳤음에도 그토록 바랐던 올림픽 입상에 실패한 회한과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면서 성장한 자신에 대한 뿌듯함도 털어놨다.

그는 "나는 단순히 운동만 한 게 아니다. 더 단단해졌다. 지겹고 힘든 일상들을 견뎌내면서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 결과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당장이 아닐지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노력은 결국 돌아온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손연재는 "끝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하고 그 어떤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믿는 방법을 배웠다. 지금부터 모든 것들이 새로울 나에게 리듬체조를 통해 배운 것들은 그 어떤 무엇보다 나에게 가치 있고 큰 힘이 될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은은하지만 단단한 사람이, 화려하지 않아도 꽉 찬 사람이, 이제는 나를 위해서 하고 싶은 것들, 해보고 싶었던 것들, 전부 다 하면서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손연재는 "그리고 지금까지 나와 같이 걸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리듬체조가 한국에 소개된 것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도쿄 여자체육대학 신체조팀이 국내에 시범을 보임으로써 처음으로 리듬체조가 알려졌다.

그 이후 한국 리듬체조 선수가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에서 입상한 것은 손연재, 단 한 명뿐이다.

손연재는 이 세 대회에서 모두 개인종합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갔다.

6년 동안 러시아에서 홀로 훈련하며 수많은 인내와 고통, 좌절의 시간을 버텨낸 손연재는 그러나 최종 목표인 올림픽 메달에는 간발의 차이로 닿지 못했다.

손연재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종합 5위,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정식 데뷔한 리듬체조 개인전은 지금까지도 아시아 선수의 입상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손연재가 이제 은퇴함에 따라 그 기다림의 시간은 기약 없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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